성난 민심 의식한 듯 일제히 반대 목소리
"프로 구단 적절한 규제 요구, 무시하더니"
유럽을 떠들썩하게 한 새 축구 리그 출범 소식에 진영을 막론하고 정치권도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만인에 공정한 축구, 스포츠 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다분히 표심을 의식한 성격이 짙다. 지역기반 세력이 탄탄한 ‘축구 민심’을 잃고 싶지 않아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19일(현지시간) “(축구 팬들의) 분노가 커지면서 정치인들이 (축구장) 로열석에 앉을 수 없는 이들에게 충성심을 보여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밤 유럽 유명 축구클럽 12곳이 참여하는 ‘유럽 축구 슈퍼리그(ESL)’ 출범 계획이 발표된 후 정치인들이 줄줄이 공개 반대 입장을 밝힌 배경에 정치적 속내가 있다는 의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공통점이 거의 없는 정치인까지 ESL에 대한 불만으로 뭉쳤다”고 전했다.
이날 ESL 참가 클럽 절반(6개)이 속한 영국에서는 정부가 제재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전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반대 의견을 낸 직후다. 올리버 다우든 문화장관은 의회에 보낸 성명에서 “축구 구단은 단순한 민간 사업이 아니라 납세자 지원으로 성장했다”고 점을 상기시킨 뒤 “지배구조 개혁부터 경쟁법까지 모든 (제재) 선택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웃 프랑스에서도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이 “연대 원칙과 스포츠 가치를 위협하는 구상”이라며 프랑스 구단들의 참가 거부를 응원한다는 성명을 냈다.
자국 프로팀 3곳이 ESL 참가 선언을 한 이탈리아에서 역시 초당적 반대가 이어졌다. 좌파 성향의 민주당 당수인 엘리코 레타는 새 리그가 일부 유명팀 위주의 폐쇄적 구조로 흘러갈 것을 우려하며 “스포츠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더독(약팀)’이 펼치는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우파인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도 “축구와 스포츠는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것”이라고 반대 의견에 힘을 실었다. 유럽 축구 팬들은 ESL 출범으로 약체에도 기회가 있는 기존 리그가 밀려나 스포츠의 가치가 퇴색되고 구단주만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비판한다.
정치인들이 민심을 재빨리 읽었지만 말 잔치로 끝날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일각의 규제 요구에 이미 개입 의사가 없음을 밝힌 상태다. 폴리티코는 “축구 팬들이 수십 년 동안 요구한 프로축구 구단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정치권은 무시해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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