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당정 ‘플랫폼 종사자 보호 4법’ 추진 … 노동계는 ‘제2의 근로기준법’ 반발

알림

당정 ‘플랫폼 종사자 보호 4법’ 추진 … 노동계는 ‘제2의 근로기준법’ 반발

입력
2021.04.21 04:30
10면
0 0
한 온라인 플랫폼 업체 배달기사가 지난달 29일 배달음식 가방을 멘 채 자전거를 타고 서울 중구의 한 폐업 상가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한 온라인 플랫폼 업체 배달기사가 지난달 29일 배달음식 가방을 멘 채 자전거를 타고 서울 중구의 한 폐업 상가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여당과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4개 법안 제ㆍ개정안을 추진한다. 프리랜서라는 등의 이유로 대부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를 두고 “제2의 근로기준법을 만드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들도 근로기준법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20일 당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의원입법 형식으로 ‘플랫폼종사자보호 4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연말 정부가 발표하고, 지난달 발의된 ‘플랫폼종사자보호법 제정안’ 이외에도 ‘직업안정법 개정안’(이상 장철민 민주당 의원)에다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과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안’(이상 양기대 민주당 의원) 등 총 4개 법안이다. 의원입법 형식이지만 고용부와 사전 협의를 거쳤다. 통상 정부입법보다 의원입법이 법안 처리 속도가 빠르고 시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플랫폼 4법'이 추진되는 건 기술발전에 따라 플랫폼 종사자가 대거 늘고 있고, 이들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전형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우선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은 ‘종사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조치’, ‘사회ㆍ경제 구조의 변화, 기술의 발전 등으로 나타나는 일자리 형태에 대한 정보의 수집ㆍ제공 및 직업능력개발’ 등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해뒀다. 플랫폼 종사자를 고용정책의 틀 안으로 본격적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플랫폼 종사자 관련 정책을 세우는 데 필요한 일종의 토대다.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플랫폼 종사자를 대상으로 △휴게시설의 설치ㆍ운영 △심리안정ㆍ개인고충 해결 △건강증진과 관련된 의료사업 △주택구입자금 보조 등 근로복지사업을 벌일 수 있는 법률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플랫폼 종사자의 ‘건강권’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직업안정법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주가 노무 관련 정보(운영수단, 서비스 내용, 노무 중개 대가의 수준 등)를 정부에 신고토록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300만 원 이하)를 내게 했다. 특히 사업주는 종사자에게 노무의 내용ㆍ이행조건, 대가 또는 수수료를 사전통지하도록 했다. 사업주와 종사자 간 ‘공정한 계약’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플랫폼종사자보호법 제정안은 이 토대 위에 직접적으로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무계약 체결과 수수료 등이 명시된 서면 계약서를 제공할 의무와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500만 원 이하)를 부과토록 했다. 종사자에 대한 폭언ㆍ폭행ㆍ성희롱 등 ‘괴롭힘’을 금지한 조항도 눈에 띈다. 노무의 배정ㆍ보수 등 수수료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종사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협의하도록 했다. 정부가 표준 근로계약서를 보급한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 4법에 노동계는 반대한다. 종사자 성격에 따라 자꾸 별도의 법을 만들 게 아니라, 이들 모두에게 근로기준법 등 기존 노동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변호사)은 “특고 등 용어부터 노동자를 나누는 것은 결국 이들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영국과 독일 등 선진국도 플랫폼 종사자를 기존 노동법 안으로 포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계는 정부가 그간 추진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모순된다고 본다. ILO 핵심협약은 근로자를 ‘종업원(Employee)’이 아닌 ‘노동자(Worker)’로 규정하고 있기에 온라인 플랫폼 종사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ILO 핵심협약이 발효되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데 ‘신법 우선의 원칙’을 따라 근로기준법 적용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경영계는 이런 노동계 논리를 강하게 반박했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형태가 다양하고 유연한 플랫폼 산업 특성 등을 감안하면 근로기준법처럼 획일화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다양하고 유연한 플랫폼 생태계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노동계도 플랫폼 4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동계 주장과 달리 플랫폼 종사자의 지위는 현재 ‘회색지대(Gray Zone)’에 있는데 이들을 보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권오성 성신여대 지식산업법학과 교수는 “노동법의 보호 범위에 들지 못하는 이들을 경제법이나 민법의 범위에 계속 남겨둘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플랫폼 4법 같은 게 없다면 사실상 공정거래위원회의 구제 말고는 답이 없다”고 했다.

김청환 기자
이정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