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결제 가치가 없는, 투기 수단에 불과하다."
올해 2, 3월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나 한국은행 총재가 이런 발언을 내놓으면 비트코인 가격은 단기간 10%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4월 들어서는 같은 사람의 같은 말도 더 이상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김치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한국의 가상화폐 투자 인기는 이런 위협에 더 강한 내성을 보이며, 김치 프리미엄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
규제 엄포에도 한미 가상화폐 가격 온도차
19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개당 약 7,320만 원(전날 대비 -0.03%)에 거래되면서 소폭 등락을 거듭했다. 이날 정부가 "6월까지 가상화폐 관련 불법행위를 특별 단속하겠다"며 칼을 빼들었음에도 시장은 침착함을 유지한 셈이다. 또 다른 거래소 업비트에선 비트코인이 전날보다 2.97% 하락한 7,340만 원에 거래됐다.
비슷한 악재에 미국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전날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미 재무부가 가상화폐를 이용한 돈세탁을 조사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자 코인데스크 등 미국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 시세가 한 시간 만에 14%가까이 폭락했다. 이후 가격이 소폭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종전 최고가(약 6만4,800달러)와는 8,000달러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비트코인 가격 방어가 잘 되면서 우리나라와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의 코인 가격 차이를 의미하는 김치 프리미엄은 한때 20%를 넘기기도 했다.
맷집 더하는 한국 코인 투자자... "김프 조정 유의해야"
일각에서는 국내 코인 투자자에게 가격 급등락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2017~2018년의 급락 공포를 떠올리며 규제 리스크를 경계하던 심리가, 최근 폭등장을 경험하면서 '버티면 오른다'는 공감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되면서 과거와 투자환경 자체가 달라졌다는 자신감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세와 20% 가까이 차이 나는 '거품'이 낀 만큼, 본격 조정장이 시작되면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진영 후오비코리아 애널리스트는 "조정장에서 김치 프리미엄이 빠진다고 가정하면, 미국의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하락해도 국내 알트코인은 40~50%씩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7개월째 상승세는 비트코인 등장 이후 처음인데, 조정장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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