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검사, 김학의 출금 조치 후 "징계 먹으면 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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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규원 검사, 김학의 출금 조치 후 "징계 먹으면 할 수 없죠"

입력
2021.04.20 04:30
수정
2021.04.2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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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직접 쓰는 윤중천·김학의 백서] 
<2> 진상조사단의 실체
김학의 공개소환 "적법절차 무시" 지적에도 강행
언론에 알린 후 "진짜 나오면 팔자려니 하시고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자신을 겨냥한 검찰 재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 3월 23일 출국을 시도하다 제지당하고 출국장으로 빠져나오는 모습. JTBC 캡처


'조사단(조사8팀)은 내일(3. 15.) 15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을 소환조사할 예정입니다.'

활동 종료일은 다가오고 있었지만 김학의 전 차관을 한 번도 조사하지 못했던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8팀은 2019년 3월 14일 기자단에 '공개 소환' 알림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진상조사단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김 전 차관이 8팀 소환 통보에 응할 의무는 없었지만, 8팀의 '소환 통보 카드'는 강력한 효과를 거뒀다. 소환 통보에 불응한 김 전 차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사흘 뒤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수사를 지시하면서,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진상조사단 8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김학의 사건 조사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두 장면인 김 전 차관 공개소환 및 긴급출국금지(출금) 당시, 조사단원들이 주고 받은 대화내용도 기록돼 있다. 대화내용을 보면 최근 불법 긴급출금 의혹 및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규원 검사가 당시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여론에 기대 무리하게 공개소환을 추진했고 적법절차 준수를 소홀히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학의 사건 변곡점 된 공개소환

김학의 사건에서 첫 변곡점은 김 전 차관 공개소환이었다. 진상조사단 8팀 소속 이규원 검사는 3월 13일 오후 5시쯤 단체대화방에서 "이번주 금요일(3월 15일) 오후 3시 김학의 조사하려는데 관련자 아무도 전화를 안 받는다"며 "내일 공개소환 때릴까 검토 중"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어차피 안 나오겠지만"이라고 덧붙인 것을 보면, 이 검사도 김 전 차관 공개소환에 큰 의미를 두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규원 검사가 왜 '공개소환' 카드를 꺼냈는지는 다음 대화를 보면 유추할 수 있다. 그는 "(진상조사단) 문 닫는 줄 알고 (김 전 차관이) 전화도 무시하는 듯하다"며 "출구전략도 고민 중이다. 그 일환으로 공개소환(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3월 31일 진상조사단 활동 기간이 종료될 예정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활동이 연장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김 전 차관을 조사하고 싶었지만 그가 소환에 불응해 어쩔 수 없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조사일정 공개를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검사는 "차관님 꺼진 실제 사용 폰에 이렇게(15일 소환조사에 응해 달라고) 남겼고, 변호인들에게도 꼭 좀 전해주고 답을 달라고 했다"며 김 전 차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대화방에 올리기도 했다.

다음날인 3월 14일 진상조사단은 계획대로 '공개 소환' 알림을 언론에 전달했다. 법조계에선 당시 수사 권한도 없는 진상조사단의 이 같은 공개소환 방식을 두고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압박하고 망신 주기 위해 적법 절차를 무시해도 되는 것이냐'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조사단원 대부분은 이같은 조사 방식에 대해 특별히 문제 의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개소환 알림 배포 즉시 한 조사단원이 "결국 나오게 하기 위해 연기를 피울 수밖에 없게 됐군요"라고 이 검사 계획에 동조했다. 이 검사 역시 "(조사단원 가운데) 교수님들 중 한 분이 메인 질문자 역할을 해주시면 될 것 같다"면서도 "만약을 대비한 것이니 너무 부담갖지 마시고 진짜 나오면 팔자려니 하시고요"라고 말했다. "(허탕을 칠) 기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남겼다.

"연장 관련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재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공교롭게도 진상조사단에서 '공개 소환' 알림이 전달된 날,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2013년 김 전 차관 성접대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동영상을 확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다음날 김학의 전 차관이 '예상대로' 공개 소환에 응하지 않자, 그를 향한 엄벌 요구가 들끓었다. 이규원 검사는 3월 17일 대화방에 "이미 연장 관련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라며 "내일 (조사기간 연장을 논의하는) 위원회에서는 품격 있게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18일 김 전 차관 사건 등과 관련해 "검·경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고, 종료될 것으로 예상됐던 김학의 사건 조사 활동은 2개월 연장됐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들은 "이 시점부터 갑자기 재수사 권고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이규원, 출금 끝내고 "징계 먹으면 할 수 없죠"

문 대통령 지시로 김학의 사건 재수사가 임박하자 '김 전 차관이 해외로 도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출국금지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한 이유다. 이규원 검사는 3월 19일 김학의 사건 담당인 김용민(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과거사위원으로부터 출금 필요성을 전달 받고 그때부터 조사단원 및 대검과 출금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진상조사단 8팀 내에선 이미 '조사단 자체 출금요청'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조사단원이 3월 20일 대화방에 '절차상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법무부가 조사단에서 위원회를 통해 건의할 것을 비공식으로 요청했다고 하나 문서상으로는 이를 부인하고 있고, 수사권자인 검찰은 수사 필요성을 이유로 법무부 장관에게 출금 요청을 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에서 비공식적으로 위원회가 건의하면 장관 직권 출금을 하겠다고 하나, 전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법무부에서 의지가 있다면 대검과 직접 협의하든지 아니면 총장의 출금 요청이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수사기관이 아니고 수사권도 없으며 출국금지 필요성의 판단 및 요구 권한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규원 검사도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 검사는 전날 대검에 '조사팀 회의에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으니 대검 의견을 달라'고 요구했던 것을 거둬들이고 "조사팀은 다시 협의해 적법절차 준수 등을 감안, (출금에 대한) 의견이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는 입장을 보냈다.

그러나 이 검사는 이틀 뒤인 3월 22일 밤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하자 조사단 소속 검사 명의로 긴급출금을 요청했다. 당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 검사는 김 전 차관 출금 조치를 끝낸 3월 23일 오전 2시 30분쯤 대화방에 "징계 먹으면 할 수 없죠"라는 말을 남겼다.

윤중천ㆍ김학의 백서를 쓰는 이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찾아내 진실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

2017년 12월 법무부는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과거 사건 규명을 통한 ‘더 나은 미래’를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선정한 ‘윤중천ㆍ김학의 성접대 사건’은 가장 주목 받는 사건으로 꼽혔다.

과거사위는 이후 “검찰의 중대한 봐주기 수사 정황이 확인됐다”고 발표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검찰개혁의 기폭제가 되기는커녕 당사자들이 제기한 소송과 정치적 논란, 그리고 ‘불법 출국금지’와 ‘면담보고서 왜곡’이라는 후유증만 남겼다.

한국일보는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1,249쪽 분량의 ‘윤중천ㆍ김학의 성접대 사건 최종 결과보고서’와 수사의뢰의 근거가 된 ‘윤중천ㆍ박관천 면담보고서’를 입수했다.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 검찰ㆍ경찰ㆍ사건 관계인들을 접촉해 불편한 진실이 담긴 뒷이야기도 들었다. 이를 통해 자극적이고 정치적인 구호에 가려 주목 받지 못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지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압도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데 보탬이 되기 위함이다.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이 1년간 파헤치고도 발간하지 못한 백서를 한국일보가 대신 집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 싣는 순서> 윤중천ㆍ김학의 백서

<1> 면담보고서의 이면

<2> 진상조사단의 실체

<3> 반칙 : 윤중천이 사는 법

<4> 이전투구 : 김학의 동영상

<5> 법과 현실 : 성접대와 성착취

<6> 동상이몽 : 검찰과 경찰

<7> 반성 : 성찰 없던 활동


특별취재팀= 정준기 기자
최나실 기자
이승엽 기자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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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천 김학의 백서 : 대한민국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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