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미은행 인수로 출범한 지 17년 만
자산관리 부문 강점... 매물로 나올지 주목
씨티카드 105만 계좌 등 개인고객 불편 불가피
한국씨티은행(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사업에서 손을 뗀다.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한미합작 은행으로 출범한 지 17년 만이다.
씨티은행은 기업금융 부문은 계속 유지해나가겠다는 방침이지만, 3,500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매금융 부문 매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출, 예금,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온 개인 고객들에게도 피해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WM 사업 강점...소매금융 매각 가능할까
16일 씨티은행이 한국 소매금융 시장에서 발을 빼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권에서는 구체적 사업 철수 일정과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부문이 매물로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철수 일정에 대해서 보고한 게 없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다만 소매금융을 매각할 경우 관련 요건과 법규가 지켜지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영업 기반이 넓지 않은 제2금융권이나 지방 금융지주의 경우 사업 기반을 넓히기 위해 씨티은행 소매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시중 은행들도 다수의 '우량 고객'을 쉽게 확보할 기회라, 씨티은행 소매금융 매각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씨티은행은 그동안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왔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씨티그룹 본사 차원에서 일반 소매금융을 대폭 축소하고 자산가 고객 위주의 WM과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전략을 유지해오면서 자산 10억 원 이상의 고객 수는 두 자릿수 증가 추세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 소매금융 전체 규모가 약 17조 원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아 인수하는 데 큰 부담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신용카드 부문에서도 강점이 있어 매물로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객 불편 우려 증가...구조조정 우려한 노조 "강력 반발"
갑작스러운 사업 철수 소식에 씨티은행을 이용하는 개인 고객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씨티은행에서 돈을 빌린 고객은 혹여 대출 기한 연장이 안 될까 봐, 또 신용카드를 쓰는 고객 역시 기한 만료 후 카드 재발급이 안 되거나, 카드 사용이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씨티은행의 고객 대출 자산은 24조7,000억 원에 달한다. 또 씨티카드의 회원수는 개인과 법인이 각각 104만8,000좌(계좌)와 4만8,000좌로 집계됐다.
다만 정부는 사업을 철수 발표만으로 금융 소비자가 피해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각이 된다면 사업이 이관될 테니 별문제가 없고, 혹 매각을 안 하더라도 기존 예금, 대출 고객이 남아 있으면 끝까지 영업을 유지해야 해 소비자들의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500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에 대한 일부 구조조정 역시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2014년 190개 지점 중 56개를 통폐합하며 65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을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소매금융 철수 결정이 발표된 이날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소비자금융 출구전략이 추진될 경우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하며, 고객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미 지점마다 수백억 원의 뱅크런이 발생하고 고객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HSBC에 이어 한국씨티은행까지 소매금융 포기를 선언하면서, 이제 국내에서 개인 대상 영업을 계속하는 외국계 은행은 SC제일은행만 남게 됐다. 다만 SC제일은행은 여전히 전국 200개가 넘는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데다 국내 시장 예수금 점유율이 소폭 상승하는 등 여전히 성과를 내고 있어 당장 철수설이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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