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인에게 생기는 변비는 단순히 소화 문제를 넘어 평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신체 노쇠(frailty)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장영일ㆍ정희원 교수와 소화기내과 임지혜 전문의가 만 65세 이상 1,300여 명을 대상으로 변비 여부와 신체 노쇠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 신체 노쇠 고령인 가운데 변비 환자가 건강한 노인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신체 노쇠는 노화(aging)가 축적된 결과로, 신체 기능이 떨어져 향후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거나 낙상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고령인에게 신체 노쇠가 발생하면 결국 여러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져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장애 발생 위험, 치료 후 합병증 발생 위험, 사망 가능성 등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변비와 신체 노쇠는 부족한 신체 활동량, 영양 섭취 불균형, 수분 섭취 부족 등에 의해 생긴다. 원인이 비슷하다 보니 변비와 신체 노쇠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왔는데, 이번 연구로 정확한 상관 관계가 분석됐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강원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2018년 12월~2019년 10월 강원 평창군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1,277명의 변비 여부와 신체 노쇠 정도를 조사했다. 변비 여부는 국제 변비 진단 기준(Rome criteria-4)을 활용해 복부 통증 빈도, 배변 빈도, 변의 모양 등을 설문 조사했다.
신체 노쇠 정도는 주관적 피로감, 낮은 활동성, 보행 속도 및 악력 저하, 몸무게 감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평가했다.
먼저 전체 조사 대상자 가운데 344명(27%)은 건강했으며 738명(58%)은 노쇠 전 단계, 195명(15%)은 노쇠 상태였다.
대상자 가운데 136명(11%)이 변비 환자였다. 건강한 고령인 가운데 변비 환자는 4.4%(344명 중 15명)인 반면 노쇠 고령인은 18.5%(195명 중 36명)가 변비를 가지고 있어 그 비율이 4.2배 높았다.
또한 반대로 고령인 변비 환자가 주관적 피로감, 활동성, 보행 속도, 악력 저하, 몸무게 감소 등 노쇠 세부 지표에 해당하는 비율도 1.1~1.7배가량 더 높았다.
정희원 교수는 “최근 코로나19로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다 보니 활동량이 크게 줄어 변비 증상이 생긴 노인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신체 노쇠 신호일 수 있어 부모님이 먼저 말씀하시지 않더라도 혹시 배변 횟수가 1주일에 세 번 미만인지 등 변비 증상은 없는지 여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변비와 신체 노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분과 섬유질,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며 걷기ㆍ실내 자전거 타기ㆍ맨손 운동 등 근력을 균형 있게 발달시키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소화기 분야 국제 학술지 ‘바이오메드센트럴 소화기병학(BMC gastroente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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