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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숲에서 아픔을 치유한다

입력
2021.04.15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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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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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찾기 좋은 계절이어서인지 내가 사는 동네의 숲길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졌다. 요즘 숲에선 연하고 진한 초록의 향연이 펼쳐져 아름답기도 하지만 온갖 산새들의 흥겨운 지저귐을 들을 수도 있다. 산새들은 숲이라 자신의 모습을 잘 나타낼 수 없어서인지 아름다운 목소리로 짝짓기할 상대를 유혹한다. 새들에겐 간절함이겠지만 듣는 우리에게는 그 어떤 연주자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답고 황홀한 자연 음악의 선물이다.

국토의 약 64%가 숲이고, 민둥산을 푸르게 복원한 긍지를 지닌 우리나라 국민들의 숲 사랑은 참으로 특별하다. 최근 산림청이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숲을 최고의 휴식과 여가의 장소로 꼽는다고 한다. 쉼은 물론이고 분노와 울분조차도 숲에서 해소한다. 1997년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약 160만 명이 경제적 고통과 울분을 숲과 함께 달랬고, 노숙자가 되어 떠돌던 사람들은 숲가꾸기 사업으로 일자리를 찾기도 했다. 만일 숲이 없었다면 이 수많은 사람들은 병원 신세를 졌을 것이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우리도 가끔씩 밀접, 밀집, 그리고 밀폐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숲으로 나가 '코로나 블루'라는 신종 증상을 이기고 있다.

우리 국민에게 나무와 숲은 깊은 정체성과 연관돼 있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신단수'라는 나무 아래 신의 도시를 건설하였다는 '단군신화'를 보더라도 나무와 숲은 우리 민족의 생명의 기원이자 삶의 원천으로 상징시되고 있다. 숲이 많이 분포되어 있어 우리의 삶 자체가 숲과 밀접하였다. 문화가 삶의 총체를 대변하는 개념이라면 우리의 문화는 나무와 숲이 중심이 된 문화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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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급진적 산업화·도시화 과정을 겪으며 숲,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잊고 살아가고 있다. 맨땅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나무 한 그루 만져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날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숲과 자연을 자주 찾아 도시의 인공물과 스트레스에 쌓인 몸과 마음을 달래고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 점심식사 후 잠깐이라도 근처 공원이나 녹지에서 녹색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는 지혜이다.

얼마 전 산림과학원과 필자가 도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점심식사 후 15분간 숲 산책을 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해 보았더니 숲 산책 집단의 집중력과 인지력이 훨씬 더 향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의 환경심리학자 캐플란에 따르면 우리가 의식 중에 하는 모든 활동은 집중을 요구하게 되고, 그 집중이 계속되면 정신적·육체적으로 피로가 누적된다. 이 피로를 빨리 해소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관건이다. 캐플란은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아름답고, 탁 트인 곳을 찾아 심리적·물리적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라고 말한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 바로 숲이며 자연지역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도시화와 인구 과밀화가 높은 사회일수록 국민들이 자연의 혜택을 잘 누릴 수 있도록 숲을 조성해야 한다. 도시숲의 체계적 조성과 생태적 관리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강화하고 도시숲 조성·관리에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고 '도시숲법'이 제정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신원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ㆍ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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