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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안 고려 가치 없다"… 이란, 고농축 핵물질 생산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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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안 고려 가치 없다"… 이란, 고농축 핵물질 생산 강행

입력
2021.04.15 08:30
수정
2021.04.1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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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전날 최고지도자, 거듭 "제재부터 풀어야"
대통령 "농도 60% 우라늄은 악에 맞선 대응"
영·프·독 공동성명 "심각한 우려, 대화 중 유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14일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첫날을 맞아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화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14일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첫날을 맞아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화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미국 등 서방과의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에 착수한 이란이 핵무기용 고농축 핵물질 생산 강행 의지를 시사했다. 제재 탓에 묶인 돈 일부를 풀어 주겠다는 제안을 최고지도자가 “고려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14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따르면 이 나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슬람 금식성월(禁食聖月) 라마단 첫날인 이날 TV 연설에서 “미국은 협상에서 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유럽 참가국들은 이란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미국 정책을 따르려 한다”며 “그들의 제안은 보통 오만하고 굴욕적이고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서방의 제재 해제가 선행돼야 핵 개발 제한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TV 연설 직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이란의 정책을 우리는 이미 선언했다. 제재를 먼저 제거하고 이를 확인해야 우리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란은 농도 60% 수준의 우라늄 농축을 예고해 둔 상태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각료 회의에 참석, “이란의 우라늄 농축 농도 상향은 나탄즈 핵 시설을 공격한 악에 맞선 대응”이라며 11일 공격으로 손상된 나탄즈 시설의 IR-1 원심분리기를 고성능 개량형인 IR-6로 교체하고 60% 농도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나탄즈 시설 공격 배후는 이스라엘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 커젬 가리브아바디 IAEA 주재 이란 대사는 트위터에 “나탄즈 핵 시설에 IR-4ㆍIR-6 원심분리기로 구성한 캐스케이드(다단계로 연결한 형태) 2개를 추가 설치하고 60% 농도 우라늄 농축을 시작한다”며 “우라늄 농축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절차는 이미 시작했고 다음 주부터 농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JCPOA 합의상 고성능 원심분리기 IR-4ㆍIR-6는 시험용으로만 가동할 수 있고, 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사용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는 IR-1형 6,104기다.

2015년 합의에 서명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개국(E3)은 이날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 국가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은 핵무기 생산의 중요한 단계”라며 이란이 민간 용도로 이런 수준의 우라늄 농축이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발표가 모든 서명국과 미국이 핵합의 복원을 위해 신속한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논의를 시작한 상황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특히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6~9일 1라운드 협상에서 이란이 농도 20%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면 그 대가로 10억달러(1조1,000억원) 규모의 동결 자산을 해제하겠다는 미국의 제의가 이뤄졌지만 이란이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때 탈퇴한 핵합의 복귀를 추진 중이다. 합의 복원을 위한 참가국 회의는 15일 재개될 예정이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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