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동영상' 김학의 맞는데, 왜 김학의라고 말 못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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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동영상' 김학의 맞는데, 왜 김학의라고 말 못 했나

입력
2021.04.22 04:30
수정
2021.04.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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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직접 쓰는 윤중천·김학의 백서]
<4>이전투구 : 김학의 동영상
"누가 봐도 김학의" 검찰도 인정했지만
특수강간 혐의 관련없어 '불상의 남성'
"부적절하나 과오로 평가하긴 어려워"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이 2019년 6월 4일 오전 서울 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명백한 증거인 별장 동영상에 대해 검찰만 '김학의인지 알 수 없다'고 외면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이 불거진 뒤에도 검찰은 한동안 '김학의'를 '김학의'라고 인정하지 않아 법조계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2013년 3월 '별장 동영상'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부터, 동영상 속 인물은 김학의 전 차관으로 알려져 있었다. 경찰 수사결과 등으로 이미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동영상 속 남성을 김 전 차관이라고 인정한 건 2019년 4월 압수수색을 통해 동영상 원본을 확보한 이후부터다. 검찰이 6년 동안 영상 속 남성을 김 전 차관이라고 발표하지 못하자 '제 식구 감싸기' 비판까지 나왔다.

하지만 한국일보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사건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검찰이 당시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검찰 수사 당시 동영상 속 남성이 김학의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도 "김학의라는 것 알았다"

경찰은 2013년 7월 윤중천·김학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동영상 속 남성이 김학의 전 차관이란 사실을 밝혔다. 그럼에도 동영상 속 남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된 건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두 차례 수사를 통해 김 전 차관을 불기소하면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3년 1차 수사 당시 '김학의가 동영상에 등장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동영상 내용은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김 전 차관 불기소결정서에도 별장 동영상은 언급되지 않았다. 2014년 2차 수사 때는 불기소결정서에 동영상 속 김 전 차관을 '불상의 남성'이라고 기재해 논란을 키웠다.

검찰이 계속 공식 확인을 거부하면서, 2019년 3월 14일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동영상이) 육안으로도 명확하기 때문에 감정 의뢰 없이 동일인(김학의 전 차관)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언급한 게 주목을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진상조사단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당시 검찰도 영상 속 인물은 김학의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1·2차 수사팀 검사들은 2018년 진상조사단 조사를 받으면서 이런 사실을 강조했다. 2013년 1차 수사팀 소속 A 검사는 "동영상을 딱 보면 등장 남성이 김학의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수사팀은 비분강개해 강간이 안 되면 성매매나 알선수뢰로라도 처벌하자는 분위기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B 검사 역시 "동영상 속 여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특정하지 못했지만, 영상 속 남성은 누가 봐도 김학의로 보였기 때문에 그 남성이 누구인지에 대한 동영상 감정은 큰 의미가 없었고, 오히려 동영상 조작 여부 감정이 필요했을 수는 있겠다"라고 진술했다. 2014년 2차 수사팀 소속 C 검사도 "동영상 남성은 김학의와 유사한 건 맞고, 개인적으로 김학의가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부적절하지만 과오로 보기는 어려워

건설 브로커 윤중천씨 등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그렇다면 검찰은 김학의라는 걸 확인하고도 왜 김학의라고 부르지 못했을까. 1차 수사의 경우 경찰이 송치한 성폭행 혐의와 동영상은 관련이 없었다. 경찰은 "동영상은 (성접대를 받은 적이 없다는) 김 전 차관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를 무혐의 처분한 이유 역시 '여성 진술의 신빙성 문제'였고, 동영상은 관련이 없었다.

동영상이 성폭력은 아니더라도 뇌물(성접대) 및 성매매 증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A 검사는 이에 대해 △성매매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공소시효가 남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는 당시 대가관계 정황을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 검사는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인지 여부를 불기소장에 포함할지 여부는 검찰시민위원회에서도 브리핑 자리에서도 논란이 많았으나, 범죄 성립 여부와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봤고, 명예훼손 등 2차 피해도 우려돼 적시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2014년 2차 수사 당시엔 여성 L씨가 자신이 동영상 속 김 전 차관과 성관계한 여성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꺼낸 만큼 동영상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그러나 2차 수사팀의 C 검사는 "영상 속 여성이 L씨라고 판단할 근거는 부족했고, 김 전 차관을 기소하는 게 아닌 마당에 굳이 불기소장에 등장 남성을 김학의라고 판단해줄 필요가 없어 '불상의 남성'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9년 진상조사단 수사권고로 진행된 3차 수사에서 동영상 속 성접대를 뇌물로 포함시켜 기소했다. 동영상이 비로소 범죄 증거로 쓰였고, 자연스럽게 영상 속 남성도 김 전 차관으로 특정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김 전 차관 이름을 영문 조합한 파일명 'khak'으로 저장된 별장 동영상 원본 CD를 확보했다. 동영상 촬영일자를 2007년 12월 21일로, 영상 속 여성을 윤중천씨가 서울 강남 요정에서 50만 원을 주고 동원한 20대 여성으로 특정했다. 법원도 2019년 11월 '동영상 속 남성은 김학의'라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법원 역시 동영상을 유죄 증거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선 별장 동영상이 국민적 관심사안이었는데도, 검찰이 과거 소극적 공보로 불필요한 논란을 불렀다고 지적한다. 진상조사단은 이에 대해 "(2차 사건) 불기소결정문에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을 ‘불상의 남성’이라고 기재해 국민적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도외시하고 김학의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 측면이 있으나, 그 부적절성과 별개로 이를 과오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윤중천ㆍ김학의 백서를 쓰는 이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찾아내 진실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

2017년 12월 법무부는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과거 사건 규명을 통한 ‘더 나은 미래’를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선정한 ‘윤중천ㆍ김학의 성접대 사건’은 가장 주목 받는 사건으로 꼽혔다.

과거사위는 이후 “검찰의 중대한 봐주기 수사 정황이 확인됐다”고 발표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검찰개혁의 기폭제가 되기는커녕 당사자들이 제기한 소송과 정치적 논란, 그리고 ‘불법 출국금지’와 ‘면담보고서 왜곡’이라는 후유증만 남겼다.

한국일보는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1,249쪽 분량의 ‘윤중천ㆍ김학의 성접대 사건 최종 결과보고서’와 수사의뢰의 근거가 된 ‘윤중천ㆍ박관천 면담보고서’를 입수했다.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 검찰ㆍ경찰ㆍ사건 관계인들을 접촉해 불편한 진실이 담긴 뒷이야기도 들었다. 이를 통해 자극적이고 정치적인 구호에 가려 주목 받지 못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지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압도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데 보탬이 되기 위함이다.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이 1년간 파헤치고도 발간하지 못한 백서를 한국일보가 대신 집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 싣는 순서> 윤중천ㆍ김학의 백서

<1> 면담보고서의 이면

<2> 진상조사단의 실체

<3> 반칙 : 윤중천이 사는 법

<4> 이전투구 : 김학의 동영상

<5> 법과 현실 : 성접대와 성착취

<6> 동상이몽 : 검찰과 경찰

<7> 반성 : 성찰 없던 활동

특별취재팀= 정준기 기자
신지후 기자
최나실 기자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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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천 김학의 백서 : 대한민국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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