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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1억 수표 경찰 도움으로 집안서 찾아... 80대 노인 '안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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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1억 수표 경찰 도움으로 집안서 찾아... 80대 노인 '안도의 눈물'

입력
2021.04.13 15: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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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부서 내동지구대 강태원 경위
신고 접수 후 서류봉투 사이서 발견

대전서부경찰서 전경. 대전서부경찰서 제공

대전서부경찰서 전경. 대전서부경찰서 제공

"84세가 되도록 고마운 일이 딱 두 번 있었는데, 이번이 바로 그 두 번째예요. 정말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이모(84)씨는 대전서부경찰서 내동지구대 소속 강태원(46) 경위가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거액의 수표를 찾아주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씨는 지난달 6일 지역 금융기관(신협)에서 발행해 집안에 보관해 둔 5,000만원짜리 수표 두 장을 찾기 위해 집안을 뒤졌다. 집과 가까운 금융기관에 입금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수표는 보이지 않았고, 어디에 뒀는지 도무지 기억 나지 않았다. 한참을 찾다가 결국 수표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이씨는 내동지구대를 찾아가 "집 안에 있던 1억원 수표가 없어졌다"고 신고했다.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 분실신고 접수증을 받아 해당 금융기관에 지급정지 명령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강 경위는 놀란 이씨를 진정시킨 뒤 사정을 들었다. 그는 '집 안에 둔 수표가 없어졌다'는 말에 이씨가 보관한 곳을 기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강 경위는 동료와 함께 이씨 집에 가서 찾아보기로 했지만, 집은 어수선했다.

4층짜리 원룸 2층에서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지내는 이씨의 집안 곳곳엔 물건이 쌓여 있고 정리가 돼있지 않았다. 이씨에게 수표를 발행한 뒤 어떻게 보관했는지 자세히 물었지만, 팔순을 훌쩍 넘긴 이씨는 "수표를 서류봉투에 담아 보관했다"고 말할 뿐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강 경위는 중요한 서류 등을 보관하는 문갑에 수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동료와 함께 집중적으로 뒤졌다. 족보와 집문서 등 수십개 서류와 문서가 잔뜩 들어 있어 일일이 하나씩 꺼내 확인했다. 그렇게 50여분 간 서류봉투와 씨름한 끝에 A4용지 크기로 접어 놓은 달력 사이에서 5,000만원짜리 수표 두 장이 담긴 봉투를 찾았다.

이씨는 강 경위가 건네준 봉투 속에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수표가 든 것을 본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동안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선 강 경위와 동료에게 "정말 너무너무 고맙다"고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찾은 수표를 은행에 입금한 뒤에도 수 차례 내동지구대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했지만, 강 경위가 비번인 탓에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이씨 자녀와 해당 금융기관에서도 내동지구대에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지구대 측은 이씨가 답례금을 주려고 해서 말리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대전서부서 내동지구대 소속 강태원 경위. 대전경찰청 제공

대전서부서 내동지구대 소속 강태원 경위. 대전경찰청 제공

강 경위는 "중풍으로 쓰러진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서 어르신을 보면 더 신경을 쓰게 되는데, 공교롭게 이번에 신고한 어르신은 아버지와 동갑이기도 했다"며 "순찰차를 타고 서둘러 집으로 모시고 가서, 한참 뒤진 끝에 수표를 찾게 돼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강 경위는 "내동지구대 관할은 구도심 지역이다 보니 어르신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해 분실신고가 잦다"며 "어르신들이 찾아오거나 신고해 오면 최대한 안정시켜드린 뒤 일을 처리한다"고 밝혔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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