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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불평일기'를 써보자

입력
2021.04.13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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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주말, 한 청년이 상담하러 왔습니다. “저는 이제 막 6개월이 된 사회초년생인데요. 직장이 무언가 안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 담당업무가 안 맞는 건지, 업종 자체가 안 맞는 건지 구분이 잘 안 간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업무만 바꾸면 될지, 업계 자체를 바꾸어야 할지 고민이 돼요”라고 하더군요. 그 청년에게 저는 매일매일 감정을 기록하는 일기를 한번 써보면 어떨까 하는 숙제를 제안했습니다. “감사일기 같은 거 말인가요?”라고 묻는 그에게 이렇게 답했지요. “아니요? 정반대예요. 불평일기요.” 청년은 눈이 똥그래졌습니다. “예? 그런 건 처음 듣는데요?”

불평일기. 여러분은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아마 처음 들으신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하지만 낯선 이름임에도 어떤 일기인지 느낌이 오죠? 이름만큼이나 방법도 간단합니다. 매일매일 그날 문득 튀어나오는 불만스러운 감정이나, 불평스러운 상황에 대해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록해뒀다가 그걸 저녁에 한번 쭉 써보는 겁니다. 무슨 상황에서 내가 불평을 했는지, 불편감을 느꼈는지 말이지요. 감사일기나 긍 정일기의 반대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건데요. 어쨌든 감정일기의 한 종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정일기는 일상 속에서 감정이나 상황의 변화가 필요할 때, 많이들 시도해보는 방법입니다. 인터넷에도 검색해보면 주로 감사일기, 긍정일기 같은 긍정적인 언어를 쓰는 일기들을 많이 권하며 ‘사소한 습관이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각 전체가 바뀌었다’는 후일담이 종종 들려오기도 하지요. 꾸준함이 생명이라고들 합니다. 감사의 마음, 긍정의 자세 같은 것들은 하루에 쓰는 일기만으로 큰 변화가 있다기보다는, 매일매일 적립하며 쌓아가는 것에서 나오는 변화가 크거든요.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감정일기를 권하는 분 중에는 “이를 통해서 불만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잠재워야 한다”라는 말을 덧붙이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즉, 부정적인 생각들은 제어해야 할 대상이라는 관점인데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 청년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써보라고 권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부정적 감정도 분명히 우리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필수 구성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한번 생각해볼까요? 이 청년이 매일 업무를 보다가 느끼는 불편한 상황들, 어딘가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을 꾸준히 기록하는 과정을 3개월간 지속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쌓인 일기를 쭉 다시 돌려보면, 그 안에는 어떤 맥락이 발견될 겁니다. 단순히 그날 그날 ‘일이 뭔가 안 맞아’라고 휘발시키는 게 아니라, 쭉 이어붙이다 보면 그가 느끼는 ‘안 맞다’의 핵심 줄기가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정말로 담당 업무의 문제인지, 아니면 업종 자체의 문제인지, 그것도 아니면 의외로 사람 관계가 문제였던 건지 말이지요. 그 안에서 청년은 내 문제를 명료하게 구체화하고, 다음 선택의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 역시도 우리 삶을 발전적으로 이끄는 하나의 기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여러분도 무언가 풀리지 않는 상황이 있다면,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잘 안 된다면, 때로는 불평의 감정을 기록하고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요? 의외로 그 안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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