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있는 노동자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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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있는 노동자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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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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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박희준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과 함께 플랫폼을 기반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살펴보고, 플랫폼 기반 경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양한 선택을 원하는 사용자와 비용의 증가를 억제하면서, 사용자에게 맞춤식 상품을 제공해야 하는 공급자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공간. 바로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시장의 파편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기존 상품에 사용자의 요구를 추가적으로 담아내기보다는 기존 상품을 모듈 단위로 쪼개고 새로운 기능 또한 모듈 단위로 개발하여 플랫폼에 올려 놓고, 사용자가 필요한 모듈을 선택하고 원하는 조합을 만들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예컨대 보험 상품도 필요한 보장 항목과 보장액을 사용자가 선택해서 원하는 보험 상품을 스스로 설계한 이후 구매할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묶음으로 주어지는 사양에 대한 선택이 아닌 원하는 개별 사양에 대한 선택을 통해서 원하는 자동차를 구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일제 정규직을 늘리고 완전고용을 지향하던 노동 시장도 상품 시장과 유사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플랫폼상에서 자신의 역량을 모듈 단위로 쪼개어 제공하면서 프리랜서의 삶을 살아갈 것이고, 사용자들은 모듈 단위의 노동력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플랫폼을 통해서 공급받으면서 필요한 역량을 확보할 것이다. 근로자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할 필요 없이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필요한 만큼 일하면서 삶과 일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다. 사용자는 고정비용을 줄이면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감으로써 위험관리가 용이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구인·구직 플랫폼은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구동되면서 노동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급 불균형 현상을 해소해 나갈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작성되는 표준계약서는 생산적이고 공정한 노사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할 것이다. 2019년 국내 기준으로 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파편화된 노동력을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54만 명에 이르며 전체 노동자의 2%를 차지한다. 현재 배달, 운전, 가사 노동 등을 대신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대부분이지만, 법률, 의료, 회계 서비스 등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도 플랫폼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노동의 가치에 대한 시각의 변화가 법과 제도에 반영되지 못하면, 플랫폼이 견인하는 노동 시장의 변화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만을 야기할지도 모른다.

플랫폼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의 힘을 빌려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 윈-윈 하는 노동 시장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겠지만, 동시에 근로자 개인 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모순적인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대부분의 지식과 기술이 대중화되고 평준화되면 기능적인 차별성을 기반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나아가 가상현실이 영역을 확대해 가면서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제약이 사라지고 각국의 사투리까지도 이해하는 동시통역기가 등장해 언어의 장벽마저 사라지면, 지식서비스 산업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플랫폼이란 공간에서 끊임없이 선택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근로자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결국 '매력'이 될 것이다.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고 누구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으며 함께하면 즐거운 매력적인 근로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매력적인 근로자가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공간에 남겨진 삶의 흔적들을 소재로 재미와 공감을 줄 수 있는 스토리를 엮어 브랜드를 만들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이야기로 기억하고 떠올리기 때문이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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