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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변신한 하니 "무너지고 나니 오히려 자유로워졌어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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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변신한 하니 "무너지고 나니 오히려 자유로워졌어요"(인터뷰)

입력
2021.04.15 18: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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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로 스크린 데뷔한 안희연(그룹 EXID의 하니).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로 스크린 데뷔한 안희연(그룹 EXID의 하니). 리틀빅픽처스 제공

그룹 EXID 출신 하니(본명 안희연)가 제대로 비뚤어졌다. ‘위아래’를 부르며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발산하던 그가 위아래 쳐다보지 않고 앞만 보며 폭주하는 비행청소년이 됐다. ‘X발’ ‘X나’ 같은 거친 욕설은 기본, 흡연과 음주를 밥 먹듯 하고 도둑질까지 일삼는다. 15일 개봉한 독립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이환 감독)에서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어른들은 물론 또래들도 잘 모를 법한 10대 청소년의 세계를 그린다. 뜻하지 않게 임신한 된 뒤 집을 나온 18세 고교생 세진(이유미)이 길에서 만난 세 친구와 함께 뱃속 아이를 유산할 방법을 찾아 다닌다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다. 하니라는 이름 대신 본명으로 출연한 안희연은 주인공 세진과 동갑내기인 가출 4년 차 주영을 연기했다. 2015년 KBS 드라마 ‘프로듀사’, 2016년 영화 ‘국가대표2’에 잠깐 얼굴을 비친 적이 있지만 주연급 캐릭터를 맡아 연기한 건 이 영화가 처음이다.

연기자로서의 기회는 전 소속사와 결별한 이후 찾아왔다. 2012년 데뷔해 7년간 앞만 보고 달려가다 갈림길에 서 있던 때였다.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당시를 “잠깐 정체됐던 시기”라고 했다. “내가 뭘 좋아하고 원하는 걸까. 나 자신에게 물어도 대답을 들을 수 없었어요. 오랫동안 그런 대화를 해오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무작정 그리스로 배낭여행을 떠났는데 그때 이환 감독님이 소셜미디어로 연락을 주셨어요. 처음엔 자신이 없어 거절했는데 돌아와서 감독님을 만나고 감독님의 이전 작품인 ‘박화영’을 보고 나니 뭔가 두근거리더군요. 그 두근거림 하나면 충분하다 싶었습니다.”

시나리오 속 주영은 “거칠고 날카롭고 뾰족한, 사포 같은 인물”이었다. 안희연은 그런 주영에 따뜻함을 덧입혔다. 그는 “내가 어른이어서인지 (주영이 하는 행동들이) 납득이 잘 안 되기도 했지만 주영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연기 워크숍을 하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가정환경이나 살아온 배경에 있어서 주영과 안희연은 정반대라 할 만큼 서로 다르다. 그래서 주영이 달고 사는 욕설을 자연스럽게 체화하는 일은 적잖이 힘든 일이었다. “욕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금기였어요. 특히 방송을 많이 하다 보니 더욱 그랬죠. 영화에선 막 질러야 하는데 막상 하려니 뭔가 억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며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게 많이 배우려 노력했어요.”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 출연한 안희연(하니).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 출연한 안희연(하니). 리틀빅픽처스 제공

주영은 극 후반 외부의 강압에 굴복하고 무너져 내린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살았던” 그는 그런 주영을 연기하고 나니 “무너지면 죽을 줄 알았지만 무너지고 나서도 죽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고 오히려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안희연은 연기 초심자에겐 까다로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스스로도 “연기가 이런 거라면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현재 나를 가장 두근거리게 하고 재미있는 건 연기”라면서 당분간 가수 활동보단 연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이 작품을 찍고 나서 웹드라마 ‘엑스엑스’를 찍었고 SF 단막극 시리즈 ‘SF8’의 ‘하얀 까마귀’, 최근 종영한 카카오TV ‘아직낫서른’에 잇달아 출연했다. 사실상 해체 상태에 가까운 EXID의 재결합에 대해선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나도 다시 보고 싶지만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안희연은 자신의 꿈을 세 단어로 표현했다. 사랑, 앎, 자유. 배우로서 꿈꾸는 삶도 비슷하다. “계속 배우고 경험하며 알아가고 싶어요. 어딘가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고 싶고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사랑 안에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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