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팬텀'에서 마담 카를로타 역으로 무대 서는 배우 신영숙
뮤지컬 '팬텀'(6월 27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마담 카를로타는 음치 소프라노다. 오페라 극장장 남편의 후광으로 디바가 되긴 하는데, 이내 주인공 크리스틴의 독보적인 노래 실력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급기야 계략을 꾸며 크리스틴을 위기에 빠트리기도 하지만 끝내 벌을 받는다. 권선징악 서사에서 전형적인 악역이다.
그런 카를로타를 연기하는 배우는 신영숙.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하는 '팬텀'이 초연된 2015년부터 같은 역을 맡고 있다. 극중 카를로타와 달리 '공연장 지붕을 뚫는' 성량과 다채로운 음색을 자랑하는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다.
최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신영숙은 "'팬텀'은 비극인 탓에 분위기가 가라앉기 쉬운데, 카를로타는 악역이지만 끊임없이 웃음포인트를 자극함으로써 극의 균형을 잡는, 없어서는 안 될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커튼콜 때 신영숙의 카를로타는 주인공 이상으로 박수 갈채를 받는 편이다. 신영숙은 "역할 설정상 신경질을 부리면 부릴수록 '잘한다'는 호평을 받기 때문에 연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효과도 있다"고 웃었다.
극중 신영숙이 부르는 '다 내 꺼야'는 욕심 가득한 카를로타를 단번에 표현하는 넘버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신영숙의 가창력이 가감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신영숙은 "진성과 가성을 넘나들고, 중간중간 코믹스러운 연기도 해야 해서 숨쉴 틈이 없는 곡"이라면서도 "부를 때마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해서 즐겁다"고 말했다. 일례로 신영숙은 '슈퍼주니어' 소속 가수 규현이 팬텀 역으로 출연했을 때 가요 '쏘리 쏘리'를 활용한 춤을 넘버에 활용하는 등 위트를 과시하고 있다.
신영숙도 카를로타처럼 노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었을까. 신영숙은 "다행히 내 목소리를 좋아한다"며 "지금까지 무대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음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상대적으로 테크닉이 부족한 알앤비(R&B)나 팝 장르를 잘 부르는 배우들을 보면 부러운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숙은 직전 작품 '명성황후'에서 배우 김소현과 나란히 명성황후 역을 맡았다. 그런데 '팬텀'에서는 김소현이 주인공 크리스틴을 연기하는 상황. 동료 배우로서 샘이 날 법도 한데 신영숙은 "자신과 맞는 옷을 찾는 일이 중요할 뿐 주연인지 조연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카를로타의 코믹적인 면이 좋기 때문에 크리스틴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1도'(전혀) 안 했다"고 말했다.
1999년 뮤지컬 '명성황후'로 데뷔한 신영숙의 별명은 '마마님'이다. 2006년 뮤지컬 '이'에서 연기한 장녹수를 비롯해 '모차르트'의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팬텀'의 카를로타 등 다수의 부인이 신영숙을 거쳐갔다. 신영숙은 "목소리 톤이 강하다 보니 중후한 역할을 많이 맡은 것 같다"면서도 "특정한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도록 연기 변신에 적극 도전하는 편"이라고 했다. 실제로 신영숙은 조만간 그가 지금까지 전혀 출연하지 않았던 작품에서 "완전히 다른 역할"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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