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원격수업이 시작되면서 사이버 학교폭력이 늘고 유형도 다양화됐지만, 정부 차원의 예방 대책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원격수업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국가 수준의 전문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코로나19 이후 사이버 학교폭력 실태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중 사이버 폭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12.3%로, 전년 8.9%보다 3.4%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교육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수치로, 전체 학교폭력 중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폭력 피해 비율이 늘었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1년 안에 학교폭력을 경험했다’는 피해 응답률은 1.6%로, 전년(0.9%)보다 줄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에서는 순수 사이버 폭력 피해 경험률(전체 학생 중 가해 경험 없는 피해 경험 학생 비율)이 2018년과 2019년 각각 8.6%와 8.9%로 비슷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 13.3%로 크게 증가했다. 구체적인 사이버 폭력 유형은 △언어폭력(19.7%) △명예훼손(7.3%) △스토킹(4.3%) △따돌림(3.4%) △신상정보 유출(3.4%) △성폭력(3.0%) 등이었다.
사이버 폭력은 점점 심각해지는데 교육 현장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폭력예방법 등 관련 법률에선 사이버 학교폭력이란 용어에 대해 명확히 규정조차 돼 있지 않다. 때문에 학생, 교원, 학부모 사이에 사이버 학교폭력의 개념이 정확히 공유되지 않는 상태에서 관련 설문이나 실태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비대면 교육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현장의 교원과 학교 등이 법 규정을 해석적으로 적용하여 사이버 학교폭력에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는 교육부의 지침에서도 반복된다. 보고서는 올해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서조차 온라인 따돌림을 비롯해 날로 다양해지는 사이버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교사와 학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피해?가해 학생을 어떤 절차로 조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나 지원 체계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할 때 사실 확인을 위해 온라인상의 피해 증거 자료를 수집하도록 돼 있지만, 경찰이나 전문가가 아닌 교사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엔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관련 인력이나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사이버 학교폭력을 관련 법에 명확히 정의해 모호성을 해소하고, ‘사이버 학교폭력 예방센터(가칭)’ 같은 전문기관을 지정?운영하는 등 국가 수준의 전문적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또 “학교가 요청할 경우 사이버 학교폭력 컨설팅 및 전문 인력을 파견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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