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차단에 앙심…가족 죽일 수 있다 생각" 김태현이 밝힌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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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 차단에 앙심…가족 죽일 수 있다 생각" 김태현이 밝힌 범행

입력
2021.04.09 15:28
수정
2021.04.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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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건 송치하며 수사 결과 발표
범행 일주일 전부터 치밀한 사전계획
큰딸 귀가 전 침입해 몰살 후 자해 시도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25)을 조사해온 경찰이 9일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태현은 희생된 모녀 중 큰딸 A씨를 알고 지내다가 연락을 차단당하자 앙심을 품고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을 결심한 뒤엔 온라인게임에서 신분을 속여 A씨에게 접근해 동선을 파악하고 A씨 가족도 범행 대상으로 상정하는 등 치밀한 사전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연락 단절에 앙심 품어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피해자 A씨가 김태현의 연락을 차단하고 만나주지 않았고, 김태현이 '이유를 알아야겠다'며 접근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분노와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김태현의 일방적 진술이라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단서를 달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게임을 통해 처음 알게 된 A씨와 김태현은 게임 속 같은 팀으로 채팅을 주고받으면서 친분이 생겼다. 지난해 11월부터 카카오톡이나 보이스톡으로도 대화하게 됐고, 올해 1월에는 두 차례 직접 만나 PC방에서 게임을 했다. 김태현은 경찰 조사에서 "A씨에게 호감이 생겼지만 이를 주변에 알리거나 관계 진전을 시도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고, A씨 지인들도 "둘은 연인 관계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사건의 발단은 두 사람의 세 번째 만남이기도 했던 1월 23일 저녁식사 자리였다. 지인 두 명까지 모두 4명이 있던 이 자리에서 A씨와 김태현이 말다툼을 했던 것. 김태현은 이튿날 A씨에게 연락하려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연락 말아달라"며 거절당했고, 그날 저녁 A씨를 만나려 집 주위를 배회하기도 했다.

김태현은 이후 A씨에게 공중전화나 지인의 휴대폰을 이용해 연락하며 관계 회복을 시도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두 달에 가까운 일방적 접근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자 김태현이 분노와 배신감에 범행을 계획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범행 일주일 전부터 치밀한 계획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피해자를 향해 죄송하다며 사죄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이번 범행이 일주일 전부터 준비된 것으로 파악했다. 김태현은 A씨의 근무일정을 알아내 범행 시기를 정할 속셈으로,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아이디로 게임에 접속하고 닉네임을 바꿔 A씨에게 접근했다. 살해 방법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구체화했다. 김태현은 범행 사전계획 단계에서 '필요하다면 A씨 가족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고, 실제 A씨가 퇴근하기 전인 줄 알고도 A씨 집에 침입했다.

범행 당일인 지난달 23일 김태현은 피해자가 사는 아파트 인근의 마트에서 흉기를 훔쳤다. 경찰은 절도 장면이 녹화된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했다. 오후 5시 30분쯤에는 퀵서비스 배달기사를 가장해 피해자 집에 침입했다. 혼자 있던 A씨 여동생과 외출했다가 돌아온 모친, 늦은 오후 귀가한 A씨가 차례로 희생됐다. 범행 당시 이웃 한 명이 비명을 들었지만 별일 아니라 여겨 신고하지 않았다.

김태현은 범행 후 A씨 휴대폰 속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통으로 알고 있는 지인들과의 대화 내역을 삭제하거나 차단했다. 그러고는 흉기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이 또한 범행 전 의도됐다고 한다. 중간에 의식이 돌아왔을 때 냉장고에서 맥주와 주스를 꺼내 마시고 갈증을 달랜 그는 두 번째 자해를 시도했고, 그러던 중 범행 이틀 뒤인 25일 "A씨와 연락이 안 된다"는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병원에 이송됐다.

늦은 시행에 스토커처벌법 적용 못 해

경찰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치료를 마친 김태현을 지난 1일 정식 체포해 총 6차례 조사(프로파일러 면담 2차례 포함)한 경찰은 이날 살인, 절도,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지속적 괴롭힘),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번 범죄가 김태현의 스토킹에서 비롯했다고 판단했지만,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스토킹처벌법이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탓에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관련기사 김태현, 범행 보름 전 스토킹 벌금형… 처벌법 일찍 시행됐다면 달랐을까).

경찰 관계자는 "짧은 수사 기간 동안 여죄를 최대한 밝혔고, 남은 자료 분석에서 스토킹 등의 흔적이 추가로 발견되면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파일러와의 면담 결과에 바탕한 사이코패스 검사도 이날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인권감독관, 주임검사와의 면담을 거친 김태현을 서울 동부구치소에 입감할 예정이다. 검찰은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안인 만큼, 기소 후 수사 결과를 알릴 예정"이라며 "유족에게 긴급 장례비 1,2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피해자 지원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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