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육아와 보육, 아동 학대 방지 등을 총괄하는 ‘어린이청' 신설 방침을 최근 밝히면서 관련부처 통합 준비가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추진됐지만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간 업무 조정이 쉽지 않고 관련 직업군의 반발로 사실상 중단된 ‘유보통합'(유치원+보육시설 통합)이 일본에서 먼저 실현될지 주목된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2022년 어린이청 발족을 목표로, 후생노동성, 문부과학성, 내각부 등 3개 부처의 관련 부서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좌장으로 한 검토 조직을 14일에 발족하고, 검토 내용을 바탕으로 차기 중의원선거 공약으로 내건다는 계획이다. 이어 정부가 내년에 설치 법안을 제출한 뒤 국회를 통과하면 완료되는 로드맵이다.
어린이청은 보육시설 정원 부족에 따른 대기아동 해소, 아동 학대 방지 등 다양한 아동 정책을 담당할 전망이다. 특히 효율적인 보육시설 관리 운영이 관심사다. 현재는 △보육소(어린이집) △유치원 △인정 어린이원 등 부처별 관리하는 보육 시설의 설치 기준이나 운영 규제가 모두 다르다. 이 중 보육소는 대기인원이 넘치는 반면, 유치원은 아이를 데리고 있는 시간이 짧고 방학도 있어 맞벌이 부모가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희망자가 줄고 있다. 만약 어린이청으로 관리 부처가 통합돼 유치원에 보육 기능을 덧붙일 수 있다면 보육소의 대기 아동 증가와 유치원의 원아 감소 문제가 동시에 개선될 수 있다.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 관련 업무도 통합해, 아동이 피해자가 되는 범죄나 사건에 대해선 어린이청 단일 창구로 정리한다는 복안이다. 어린이청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면 저출산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자민당은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부서 통합을 원만하게 끝낼 수 있느냐다. 관련업무는 후생노동성 어린이가정국, 문부과학성 초중등교육국, 내각부 어린이·육아본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과거 입헌민주당일 당시 아동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어린이가정성’ 설립을 추진했다가 좌초한 바 있다. 정부가 아닌 여당 차원에서, 그것도 니카이 간사장을 책임자로 논의를 추진하는 배경은 개별 부처 관료집단의 저항을 막기 위해서라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스가 총리 측은 이동통신 요금 인하 공약을 빠르게 관철한 전례대로, 보육 문제처럼 민생에 직결된 사안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시에 밀어붙이는 리더십을 어필하는 모습이다. 정작 이 의제를 선점해온 야권은 총리관저와 여당이 발 벗고 나서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 간사장 등 입헌민주당에선 “총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급조한 공약”이란 반응이 나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