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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옆 이슬람사원 짓나 못 짓나...공사 두 달째 답보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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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옆 이슬람사원 짓나 못 짓나...공사 두 달째 답보상태

입력
2021.04.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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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선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과 지역사회 문화다양성' 주제로 특별 토론회 열려
무슬림 "우리도 지역사회 일원... 원만한 합의 원해"?
주민 "소음 악취 민원 심해, 참을 만큼 참았다"
토론자, "경북대, 관할 지자체 등 적극 중재 나서야"

경북대 인근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추진되던 이슬람 사원 건축 현장이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중단돼 있다. 김정혜 기자

경북대 인근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추진되던 이슬람 사원 건축 현장이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중단돼 있다. 김정혜 기자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싸고 무슬림과 주민들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두 달 가까이 공사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 원룸과 빌라 밀집지역에 추진 중인 이슬람사원 건립은 관할 북구청의 건축 인허가를 받았지만 주민들이 소음과 악취 등 민원 등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철골 골조 공사에서 전면 중단된 상태다.

10일 대구 북구 등에 따르면 무슬림들은 지난해 9월 경북대 서문 인근 대현로3길 주택가 4필지에 건축 허가를 받고 이슬람 사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한옥 형태의 단독 주택이 있었지만 2014년 11월 외국인 5명이 건물을 매입했고 마당 등에서 예배를 하다 공간이 비좁아지자 기존 건물을 허물고 인근 단독주택을 추가로 매입해 사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대구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 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북구 대현동 주민들이 건축허가 취소와 북구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오후 대구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 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북구 대현동 주민들이 건축허가 취소와 북구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이슬람사원 건립에 대한 주민 반발은 거세다. 해당 부지와 경북대 부근에는 사원 건립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다수 내걸려 있다. 주민들은 "원룸 등 주거밀집지역에 이슬람사원이 들어서면 다른 지역에서 이곳을 찾는 신자가 많아질 것"이라며 "소음과 악취 등으로 일상생활에 더 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지자체가 나서 사원 건립을 철회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8일 경북대 사화과학대학에서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과 지역사회 문화다양성’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8일 경북대 사화과학대학에서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과 지역사회 문화다양성’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양자간 해결 방법은 없는 걸까. 지난 8일 경북대 사화과학대학에서는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과 지역사회 문화다양성'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대구참여연대와 경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인권운동연대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는 정혜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와 이소훈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서창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 조정훈 오마이뉴스 기자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곳에는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나이지리아 출신 압둘리에킨씨도 참석했으나 사원 부지 인근 주민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토론회는 논쟁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무슬림 대표 패널로 나선 압둘리에킨씨는 종교적 신념과 별개로 지역에서 살고 있는 일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경북대를 다니고 있는 무슬림들은 학습과 교육을 위해 한국에 왔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경북대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대학 가까운 곳에 사원을 지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건축에 필요한 허가도 모두 받았고, 일부 주민들로부터 축하 인사까지 받았다"며 "막상 공사가 시작된 후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8일 오후 경북대 사화과학대학에서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과 지역사회 문화다양성’이라는 주제로 토론회에서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압둘리에킨씨가 이슬람 사원 건립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8일 오후 경북대 사화과학대학에서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과 지역사회 문화다양성’이라는 주제로 토론회에서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압둘리에킨씨가 이슬람 사원 건립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그는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기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종교일 뿐인 이슬람 신자를 마치 테러리스트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단순히 자유롭게 믿을 수 있는 권리와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소음과 냄새 문제에 대해서도 "기도는 완전한 정적 속에 이뤄지고 소음은 일상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며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94년 무슬림 파키스탄 남성과 결혼에 두 자녀를 낳고 생활하고 있는 정혜실 공동대표도 압둘리에킨씨를 거들었다. 무슬림과 결혼했지만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이슬람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일반화하는 것은 심각한 판단 오류"라며 "특정 프레임으로 가둬놓는 것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남편으로부터 이슬람 개종에 대해 한번도 요구 받은 적이 없다"며 "실제 우리 지역사회에 다양한 형태의 모스크가 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마주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소훈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러한 문제들은 더 이상 묻어두거나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대현동은 경북대의 역사와 함께한 곳인 만큼 주민들과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대구시는 과거 이슬람에서 허용된 할랄시장 특성화 사업을 추진하려다 시민 반대로 접은 경험이 있다"며 “가짜뉴스로 이유 없는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이 주민들의 생존권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조정훈 오마이뉴스 기자는 "대현동 주민들은 학생들에게 하숙 원룸을 제공하는 수익으로 살아왔지만 최근 학생 수도 줄어들면서 삶이 팍팍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은 과거 경북대에서 기숙사 건립을 추진할 당시 생존권을 이유로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북대 주변 원룸 임대인들은 지난 2018년 학교의 기숙사 신축 공사에 반대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기숙사로 들어가면 인근 원룸 공실이 더 많이 늘어나고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무슬림보다 교회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인근에는 학생들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경북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창호 집행위원장도 "단순히 사원 건물을 짓는다고 해서 갈등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원 건립을 중단시킨 북구와 대구시의 명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슬림(이슬람교인)들이 지난달 24일 대구 북구청에서 열린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주민과 대화의 자리에 참석하고 있다. 이번 공식 대화의 자리는 북구청 주선으로 이슬람사원 건립 공사가 중단된 지 37일 만에 마련됐다. 뉴시스

무슬림(이슬람교인)들이 지난달 24일 대구 북구청에서 열린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주민과 대화의 자리에 참석하고 있다. 이번 공식 대화의 자리는 북구청 주선으로 이슬람사원 건립 공사가 중단된 지 37일 만에 마련됐다. 뉴시스

양 측의 입장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관할 북구는 지난달 사원 건축주와 주민들을 모아 중재에 나섰지만 의견차만 확인한 채 30여분 만에 헤어졌다. 경북대에는 파키스탄과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등 무슬림 80여명이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대구=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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