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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택자는 표로 분노했고 무주택자는 투표를 망설였다

입력
2021.04.09 09: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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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왼쪽). 7일 서울 강남구 단대부고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이 투표하고 있다. 뉴스1·연합뉴스

8일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왼쪽). 7일 서울 강남구 단대부고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이 투표하고 있다. 뉴스1·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 심판'으로 끝난 4·7 재·보궐선거의 표심을 관통한 건 '부동산 분노'였다. 유주택자는 집값을 따라 덩달아 상승한 세금에, 무주택자는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 대한 분노를 표로 터뜨렸다.

상대적으로 비싼 집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적극적이었다. 이들은 투표장으로 몰려가 오세훈 서울시장에 몰표를 줬다. 집 없는 사람, 집값이 덜 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양상이었다.

강남3구, 박근혜 때보다 더 몰아줬다

유주택자들의 분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건,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였다.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등 부동산 보유세 인상 정책으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규모는 3조 원으로 전년보다 60% 증가했는데, 강남3구 주민에게 부과된 종부세 세액은 전체의 38.3%였다.

세금 인상은 강남3구 주민들의 '투표 시위'로 이어졌다. 오 시장의 강남구 득표율은 73.5%, 서초구 71.0%, 송파구 63.9%에 달했다. 보수 텃밭 치고도 도드라진 결집이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강남3구 득표율은 강남구 59.8%, 서초구 58.3%, 송파구 51.8%였다. 이번 선거의 강남3구 투표율 역시 전부 60%를 훌쩍 넘겼다.

'높은 집값=강한 분노'의 공식은 동별 득표율에서 더 선명히 드러난다. 오 시장에게 몰표를 준 상위 5개 동은 강남구 압구정동, 대치1·2동, 도곡2동, 서초구 반포2동. 모두 아파트 시세로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지역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아파트 시세 통계에 따르면, 오 시장이 88%를 득표한 압구정동의 3월 공급면적 1㎡당 평균 가격은 2,390만 원이고, 83.9%를 얻은 반포2동의 3월 평균 가격은 2,570만 원(반포동 기준)이다. 서울 전체 평균 집값은 ㎡당 1,085만원이다.

'서울 공시가 상승 1위' 노원의 변심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일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사거리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일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사거리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변심한 배경에도 '부동산 분노'가 있다. 최근 두 차례 대선과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노도강 지역에서 연달아 승리했지만, 이번엔 모두 패했다. 노도강 중에서 오 시장의 득표율(54.6%)과 박영선 민주당 후보 득표율(42.0%) 간 격차는 노원구가 가장 컸다. 지난해 총선 정당 투표에서 민주당이 노원구에서 5.1%포인트 차이로 이긴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변화다.

공시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예고된 '보유세 폭탄'이 변심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3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전국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8%였는데, 노원구의 상승률은 34.66%로 서울 최고치였다. 도봉구(26.19%)와 강북구(22.37%)의 상승률도 서울 평균을 상회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오 시장은 노도강 유세에 공을 들이며 '공시가 동결' 공약을 내걸었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일에도 노원구를 찾았다.

무주택자도 투표로 분노했다

무주택 가구 비율이 높은 구에선 투표율이 낮았다. 통계청의 2019년 거주지역별 주택 소유 및 무주택 가구수 통계에서 무주택 가구 비율이 63.8%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된 관악구의 투표율은 53.9%로, 25개 구 중 세 번째로 낮았다. 최저 투표율(52.2%)를 기록한 금천구도 무주택 가구 비율이 52.8%로, 서울 평균보다 높다.

관악구와 금천구 모두 민주당 텃밭이다. 집값 상승에 따라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진 무주택자들 역시 민주당의 지지층 결집 호소에 호응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권 심판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3월 아파트 공급면적 1㎡당 평균 가격이 낮은 자치구에서 투표율이 낮은 경향도 나타났다. 평균 가격이 646만원으로 가장 낮은 중랑구의 투표율은 53.9%로, 금천구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평균 가격이 695만원으로 네 번째로 낮은 강북구 투표율은 54.3%로 네 번째로 낮았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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