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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민주당, 호되게 심판당했다...국민의힘 압승

입력
2021.04.08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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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풍향계 '정권 심판' 가리켜


오세훈(왼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7일 오후 각각 서울 여의도 당사와 부산 진구 선거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왼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7일 오후 각각 서울 여의도 당사와 부산 진구 선거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기뻐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매섭게 심판당했다.

7일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승을 안긴 민심이 1년 만에 '정권 심판'으로 급격히 기운 것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민주당은 당혹감에 휩싸였고, 국민의힘은 활짝 웃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8일 새벽 당선이 확실시되자 “크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코로나 19와 경제난의 고통 속에 있는 많은 서울시민을 보듬으라는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오 당선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가 오늘부터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복귀해 업무에 열중할 수 있도록 정말 잘 챙기겠다”고도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자는 "겸손한 자세로 시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개표가 59.3% 진행된 8일 0시 30분 현재 오 당선자는 56.9%를 득표해 승리를 굳혔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17.0%포인트 뒤진 39.9%였다. 같은 시각 개표가 89.9% 진행된 부산시장 선거에선 박 당선자가 63.1%를 얻어 당선을 확정했다.

박영선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박영선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샤이 진보’(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말하지 않는 진보 지지층)의 등장과 조직력을 활용한 지지층 결집을 기대했지만, 방송 3사 출구 조사와 개표 결과 그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이 역전 카드로 삼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도 표심에 결정적 ‘한 방’은 되지 못했다.

연령대별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40대에서만 유일하게 박영선 후보(49.3%)와 오 당선자의(48.3%)의 예상 득표율이 오차범위(±1.7%포인트) 내 박빙이었고, 나머지 세대는 모두 오 당선자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오 당선자는 20대 이하에서 21.2%포인트, 30대에서 17.8%포인트 차이로 박 후보를 앞지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우군이었던 2030세대가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오 당선자는 서울 4개 권역(강남동·강남서·강북동·강북서)에서 모두 각각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우세를 보이며 압승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속한 강남동권에서 오 당선자의 예상 득표율(67.2%)은 박 후보(30.5%)의 두 배 이상이었다.

민주당은 부산 선거 승리를 위해 선거용 졸속 입법 논란을 무릅쓰고 지난 2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선거 기간 내내 박형준 후보에 혹독한 검증 공세를 폈지만, 정권 심판 바람을 차단하지 못했다.

서울·부산시장과 기초단체장·광역·기초의원 등 전국 21개 선거구의 전체 투표율은 55.5%(잠정치)로 집계됐다. 역대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재보궐선거 투표율 30~40%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부동산 이슈가 선거를 달군 서울 투표율(58.2%)이 특히 높았다. 부산은 52.7%였다. 평일 선거인데다 사전 투표일에 비까지 왔지만 정권 심판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 격이다. 투표로 드러난 민심이 정권 심판을 뚜렷하게 가리키면서 정국이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대선 승리를 위해 고강도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쇄신 방향을 둘러싸고 당내 이견이 커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에 직면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하며 지리멸렬했던 국민의힘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 보수 야권 정계 개편을 주도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이 포진한 제3지대를 흡수 통합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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