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먹고 뱉은 말은 詩가 되다' 오지 주민 애환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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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먹고 뱉은 말은 詩가 되다' 오지 주민 애환 시집 출간

입력
2021.04.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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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동상면민들의 시집 '동상이몽,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 표지.

'영감 산자락에 묻은 지 수년 지나 / 백 살에 초승달 허리 이마 주름 뒤덮는데 / 왜 어찌 날 안 데려가요이, 제발 후딱 데려가소, 영감...'

전북 완주군 동상면에 사는 101세 백성례 할머니는 초저녁 산등성이 걸린 초승달을 보고 '영감 땡감'이란 시(詩)를 읊조렸다.

'우리 집 강아지 미오는 / 안아달라고 멍멍멍 / 우리 집 강아지 딸기는 / 안아달라고 월월월...' 밤티마을 5살 박채언 어린이는 친구가 없어 강아지와 함께 뛰노는 동심을 '강아지'라는 시로 풀어냈다.

국내 8대 오지(奧地)로 불릴만큼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동상면 주민들이 녹록하지 않은 고된 삶과 구구절절한 사연을 한 권의 시집으로 엮어내 화제다. 다섯살배기부터 101세 어르신까지 말문을 연 글에는 고향의 홍시감을 먹다 툭툭 뱉어낸 다양한 사연들이 하나의 시가 되어 감동을 준다.

시집 제목은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 이 책은 270쪽 분량으로 '호랭이 물어가네' '다시 호미를 들다' 등 6부로 나뉘어 총 150편의 글이 수록됐다.

'경로당에서 10원짜리 고스톱을 치고 있다'로 시작하는 '경로당 시리즈' 10편은 산간 오지마을 주민들의 희로애락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을 내는 데는 2020년 8월에 취임한 박병윤(52) 면장의 힘이 컸다. 2019년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박 면장은 취임 후 '동네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아무 소용없으니 살아온 이야기를 채록해 놓으라'는 주위의 권유를 받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전체 주민 1,000여명 중 절반인 500여명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으며 핸드폰으로 녹음하고 채록했다. 이중 100여명의 시 150편을 6개월 동안 밤을 새며 정리하고 엄선해 책을 냈다.

지난 5일 전북 완주군 동상면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시집 출간에 참여한 인사들이 초판을 기념촬영하고 있다. 동상면사무소 제공

박 면장은 "가슴 속 깊이 맺힌 어르신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직접 담고 싶었다"며 "동상면 주민 전체가 시집의 주인공"이라고 활짝 웃었다.

완주군은 14일 오후 2시 수만리 학동마을 여산재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소설가 윤흥길 선생은 서평에서 "깊은 산골 작은 고장 동상면에 왜배기 대짜 물건이 도출했다"며 "친숙한 농경 언어와 토착 정서의 때때옷을 입혀놓은 시편 하나하나가 사뭇 감동적인 독후감을 안겨준다"고 호평했다.


전주= 김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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