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 대기업 55곳 법인세 3년간 내지 않아"
옐런 美 재무, 글로벌 법인세 최저 한도 설정 추진
공화·민주 내부 반대 넘어서야 증세 가능
“증세가 미국 기업들을 다른 나라로 떠나게 할 것이라고 걱정하는가.”(기자)
“전혀 그렇지 않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유는 뭔가.”(기자)
“왜냐하면 (증세로) 그렇게 된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바이든 대통령)
주말을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보내고 5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연방법인세 인상 비판을 이렇게 일축했다. 하지만 세금을 올려 2조2,500억 달러(약 2,50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투자 재원을 충당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일자리 계획’이 증세 논란에 불을 붙인 건 사실이다. 대통령은 물론 백악관과 행정부 주요 인사가 총출동해 증세 불가피 여론전을 펼치자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일각의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법인세를 현행 21%에서 28%로 올려 일자리 계획 재원으로 쓰겠다고 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6%에서 15%포인트나 낮췄던 것을 다시 7%포인트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미 경제지)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중 51~52곳은 지난 3년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며 “현실화하자”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수치는 페덱스, 나이키 등 미국 대기업 중 최소 55곳이 수십억 달러 수입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는 2일 뉴욕타임스(NYT) 보도 내용이다. 조세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만큼 증세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논리인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신자유주의와 ‘작은 정부’ 기조를 끝내고 재정정책에서 정부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확실한 신호이기도 하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이날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 연설에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을 위해 주요 20개국(G20)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국의 법인세율에 하한선을 설정, 미국 법인세를 인상하더라도 다른 나라 법인세와 차이가 없도록 함으로써 기업 이탈을 막겠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모든 국민이 정부의 재정 부담을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조세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조세 체계 재정비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 론 와이든, 셰롯 브라운, 마크 워너 상원의원은 다국적기업에 수천억 달러의 세금을 거두는 법안을 준비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갈 길은 멀었다. 상원 공화당을 이끄는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4일 “바이든 대통령 계획에 반대한다”며 “다른 공화당원들도 법인세율을 올려 투자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 의석이 '50 대 50' 구도이고, 민주당이 예산 조정 절차를 통해 다수결로 통과시키는 방안은 남아 있지만 민주당 이탈표가 없어야 가능한 조건이다. 당장 민주당에서 가장 보수적인 조 맨친 상원의원이 “법인세율 28% 인상은 과도하고 25%로 올리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하는 등 세부안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