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호텔, 지난해 12월 대용량 용기 도입
롯데호텔, 4성급 롯데시티호텔·L7서 시범 실시
‘가치소비’ 지향하는 MZ세대?“아쉽지만 환영”
환경부의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방침에 따라 내년부터 50실 이상 숙박업소에서 일회용 비품(어메니티)을 무료로 제공할 수 없게 되면서 호텔업계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국내 호텔들은 이같은 변화가 환경을 생각하면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데 공감하면서도 투숙객 편의는 물론 어메니티를 통해 고급 브랜드 체험 기회를 제공하던 전략 수정에 분주하다.
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특급 호텔들은 새로 오픈한 호텔에 대용량 비품을 비치하고 이미 운영 중인 3, 4성급 호텔에 친환경 어메니티를 시범 도입하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12월 경기 성남시에 오픈한 비즈니스급호텔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에 일회용 소용량 플라스틱 용기 대신 펌프 형태의 샴푸와 컨디셔너 등을 비치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 중인 전국 8개 호텔 중에선 처음이다. 롯데호텔도 4성급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 마포와 라이프스타일호텔인 L7호텔 3곳(강남·홍대·명동)에서 사용하기 위한 300㎖ 용량의 샴푸와 컨디셔너 용기를 주문·제작해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
글로벌 호텔들은 일찌감치 대용량 비품으로 교체하며 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세계 최대 호텔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과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은 2019년 일회용 어메니티를 대용량 용기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국내 호텔들은 코로나19로 호텔을 찾는 고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개인 위생을 중시하는 고객 특성을 고려해 현행 어메니티 제공 방침을 유지하며 환경부의 시행령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파라다이스호텔 측은 “개인용품 사용을 권장하는 안내문구를 사우나 등에 붙이고 객실 비품도 내년부터 적용되는 정책에 맞게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신라도 “다양한 각도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가치소비 지향 MZ세대 “쏠쏠한 재미보다 환경”
고객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미닝아웃(Meaning-out)’ 트렌드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조금 불편해도 환경을 생각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는 것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특급호텔에서 고가 브랜드의 어메니티를 체험하는 게 쏠쏠한 재미였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고객이 늘면서 긍정적인 평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그니처향인 어웨이큰트웬티(awaken20)향을 개발해 자체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그래비티 서울 판교에서는 구입을 문의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일부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호텔 및 여행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 스사사에는 “호텔 어메니티 챙기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사라진다니 슬픈 소식이다”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객실 비품 대신 호텔 내 포장재부터 바꾸는 곳도 있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전 객실에 친환경 칫솔을 비치하는 한편 호텔 내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포장 주문 시 밀짚이 원료인 100% 생분해성 친환경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또 세계자연기금이 매년 3월 마지막 주 1시간 소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어스아워(Earth Hour)’에도 동참하고 있다. 워커힐 관계자는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컵은 유리컵으로 바꾸고 가정간편식(HMR)이나 테이크아웃 포장 시 종이완충재로 바꾸는 등 어메니티를 제외한 친환경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어메니티도 곧 다회용품 등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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