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그보다 공정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이전기사

구독이 추가 되었습니다.

구독이 취소 되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내 평생 그보다 공정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입력
2021.04.08 04:30
0 0

4.8 알 컴패니스에 대한 변론

LA 다저스 총감독 시절의 알 컴패니스. 위키피디아

알 컴패니스(Al Campanis, 1916~1998)는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출신 매니저로, LA 다저스 총감독(1968~1987)을 지내며 월드시리즈 4회 우승(74, 77, 78, 81년)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뉴욕 양키스와 맞붙은 1981년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는 원정 두 경기를 포함 3연패한 뒤 4차전부터 내리 승리해 패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선수·감독 모두의 기량 덕이었지만, 최대 공로자는 단연 알 컴패니스였다. 그는 피부색과 국적 불문 오직 실력만 보고 선수를 발굴해 스카우트했다.

그의 명성을 단숨에 허물어뜨린 것도 단 한 마디 인종 차별 발언이었다. 메이저리그 인종 장벽을 허문 재키 로빈슨의 데뷔 40주년이던 1987년 4월 6일, ABC '나이트라인'과의 2분여 인터뷰에서 컴패니스는 왜 흑인 감독과 총감독이 드무냐는 질문에 "필수적 자질(necessities)이 결여된 탓"이라고 말했다. 흑인이 수영에 미숙한 게 "부력이 부족해서"라는 말도 했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이의 뜻밖의 발언이어서 반향도 컸다. 이틀 뒤인 4월 8일 그는 총감독 직에서 해임됐다. 야구밖에 몰랐던 그는 그렇게 메이저리그에서 영원히 배제됐다.


그리스 에게해 섬 출신 부모에게서 이탈리아 국적을 얻어 태어난 그는 만 6세에 뉴욕으로 이주해 뉴욕대를 졸업하고 1943년 브루클린 다저스에 입단, 그리스계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됐다. 몬트리올 로열스 숏스탑 시절 2루수 재키 로빈슨과 호흡을 맞춰 119게임을 치렀고, 브루클린 다저스 때도 다른 선수들이 기피할 때 오직 그만 로빈슨과 한 방을 쓰며 함께 연습했다.

이 사태 직후 수많은 이들이, 특히 흑인과 라틴계 선수들이 "내 평생 그보다 더 공정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며 그를 두둔했지만, 성난 민심은 그를 외면했다. 1년 뒤 인터뷰에서 컴패니스도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경력에 필요한 기회의 부족을 말하려던 거였다"고 해명했다. 그의 진실이 진지하게 재조명된 것은 그가 숨진 뒤였다.

최윤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기억할 오늘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