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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또 다른 '환경 재앙' 닥치나… 폐수 저장 저수지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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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또 다른 '환경 재앙' 닥치나… 폐수 저장 저수지 붕괴 위기

입력
2021.04.05 20: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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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폐수 저장 저수지 붕괴 위험
주민 대피령도… 최악의 환경재앙 위기?
산업 폐기물 처리 문제·규정 마련 필요

미국 플로리다주 매너티 카운티에 위치한 폐수 저수지 파이니 포인트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매너티 카운티에 위치한 폐수 저수지 파이니 포인트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州)의 대형 폐수 저수지에서 물이 새 지역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만약 둑이라도 무너지면 화학물질로 범벅 된 폐수가 한꺼번에 쏟아져 주거지를 덮치는 최악의 ‘환경 재앙’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친(親)환경 정책을 앞세운 조 바이든 행정부에도 치명적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

4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전날 매너티 카운티 ‘파이니 포인트’ 저수지 누수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국은 저수지 붕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인근 300여가구에 긴급 대피령을 내렸고, 고속도로 일부도 폐쇄했다. 저수지에서 1.6km 떨어진 교도소 수감자 300여명도 신속히 대피했다. 파이니 포인트는 제방 높이 약 6m, 넓이 31만1,600㎡에 달하는 대형 저수지로 산업 폐수 4억8,000만갤런이 저장돼 있다.

이 저수지는 지난달부터 새기 시작했다. 당국은 방류 작업을 빠르게 진행해 왔다. 현재도 분당 2만3,599갤런, 하루 3,300만갤런을 퍼내고 있지만, 붕괴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여전히 3억갤런이 저수지에 고여 있고, 공간을 비우려면 10~12일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재앙적인 홍수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플로리다 주방위군을 투입해 배출수 양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 환경보호청(EPA)도 “현재 상황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면서 크게 긴장하고 있다.

저수지는 비료공장에서 인산염으로 비료를 만들 때 발생하는 오염수를 가둬 둘 목적으로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 폐수엔 인체에 유해한 인과 질소가 다량 함유돼 있는 데다,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이 포함된 인산부생석고도 저수지에 쌓여 있다. 당국은 “폐수 자체엔 방사능이 없다”고 극구 해명했지만, 식수원(매너티 호수) 오염 가능성은 다분하다.

폐수 처리도 골칫거리다. 정화 방법이 딱히 없어 바다로 흘려 보내는 게 최선이다. 때문에 식수원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당국 주장이 맞다 해도 해양 생태계 파괴는 불가피하다. 플로리다뉴컬리지의 해양생물학자 제인 가드너 교수는 “다량의 질소가 바다에 유입되면 엄청난 조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조류는 빛을 차단하고 용존산소량을 줄여 해양 생물을 위험에 빠트린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저수지는 20년 동안 사용되지 않아 관리 부실 등 ‘인재(人災)’가 원인으로 확인될 경우 정부 책임론이 더 거세질 수 있다. 환경단체 ‘마나소타 88’은 성명을 통해 “아직까지 연방정부에도, 주정부에도, 지역당국에도, 회사들이 인산염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미 전역에는 오폐물질이 쌓인 이런 저장시설이 최소 70곳에 이르고, 플로리다에만 27곳이 있다. 매슈 파섹 사우스플로리다대 교수는 “회사가 폐업하면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유지 보수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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