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혐의 수감됐다 풀려난 노숙인 용의자
경찰 "증오범죄 판단할 근거는 발견 못해"
NYT " 증오범죄 감소에도 反아시아는 증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아시아계 여성이 산책 도중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찰은 정황상 증오범죄는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가 끊임 없이 폭력으로 표출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64세의 아시아계 여성인 케 치에 멩은 전날 오전 7시쯤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에서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산책하던 중 흉기에 복부를 가격 당해 사망했다. 노숙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인근을 배회하며 수상한 모습을 보인다는 주민 신고 전화를 받은 경찰은 사건 현장을 수색하다 다린 스테퍼니 몬토야(23)를 살인 등 혐의로 체포했다.
다만 경찰은 이번 사건을 인종 관련 범죄로 분류하지 않았다. 리버사이드 경찰 대변인은 “인종차별을 이유로 피해자를 공격했다고 할 만한 요인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에서 온 노숙인 용의자는 정신건강과 약물 남용 문제를 겪고 있어 다른 누구도 공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몬토야는 지난달 30일 한 쇼핑몰 인근에서 스케이트보드로 한 여성을 공격한 혐의로 체포됐다 풀려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최근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인 증오범죄 문제를 또 한번 환기시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악화한 미국 내 아시아인 혐오 현실을 집중 조명한 일간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3월 이후 보도된 증거가 명백한 아시아인 증오범죄 사건만 110개가 넘는다”고 전했다. 특히 전체 증오범죄는 감소세인데 반해 아시아인을 겨냥한 사건은 외려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주요 16개 도시에서 반(反)아시아계 증오범죄는 전년보다 149% 폭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30일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한 한인 소유 편의점이 흑인의 습격을 받았다. 용의자가 “중국인은 당신들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치며 상점 기물을 파손한 전형적인 증오범죄였다. 또 지난달 29일 뉴욕 맨해튼에서는 흑인 남성이 지나가던 65세의 필리핀계 여성을 걷어차고 짓밟으며 “당신은 이곳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한 사건도 있었다. 상점이나 도로 등에 혐오 문구를 적어놓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뉴욕의 한 지하철역 벽에는 ‘중국인을 모두 죽이자. 코로나19’라는 낙서가 발견됐다. 신문은 “가장 적나라하고 터무니 없는 사건들만 보도되는데, 이는 아시아인들이 겪은 폭력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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