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간 성폭행 상습 발생했지만
'시설 중 일부만 학원 등록' 편법 운영에
제재 주체 불분명·관련법 적용 어려워
경남 하동군의 한 서당에서 발생한 동급생 간 성폭행 사건을 두고, 서당 측에 책임을 묻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가 된 서당처럼 시설 중 일부는 학원으로, 일부는 기숙형 교육시설로 편법 운영하는 경우, 제재 주체가 불분명하고 학원법이나 수련법을 적용해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일 YTN 라디오 프로그램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박성배 변호사는 "서당도 기숙사형 학원 등으로 구성해서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행정처분과 관리·감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일부는 학원, 일부는 서당' 편법 운영에 처벌 어려워
박 변호사는 "서당은 현재 학원법에 따른 교습소 학원도 아니고, 수련법에 따른 청소년 수련시설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유사 사건 발생 이후 대법원이 모든 서당은 등록해야 한다고 판시했지만, 숙소·아이들이 살고 있는 하숙 개념으로 (편법) 운영되는 경우 관련 법령(학원법·수련법)을 적용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대목이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서당처럼 편법 운영되는 경우 처벌이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사건의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전국 기숙형 교육시설의 폭력 실태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문제가 불거진 서당들에 실제 제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현행법에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기숙학원 운영에 개입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해서다.(▶관련기사 '청학동 서당 학폭사태에 교육부 실태조사하겠다지만...')
"서당뿐만 아니라...교육청, 하동군도 책임회피"
함께 출연한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일 처음 (경남)교육청은 일부 시설만 학원으로 등록돼 있어 우리가 관리할 수 없다는 책임회피성 발언을 했고, 하동군에서는 문제가 된 서당이 학원법상 학원이라 우리가 관리 주체가 아니라는 얘기를 했다"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생기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한 경남 교육청과 하동군이 실시하겠다고 밝힌 합동 전수조사의 실효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IM선교원이라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 확산될 수 있는 매체가 된 학원이 있다"며 "전수조사하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오리무중이다"라고 말했다.
"서당에도 행정·형사 책임 물어야"
서당 측이 "어떻게 우리가 다 아느냐, 우리가 알 수 없다"고 해명한 것을 두고, 승 연구원은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관리 책임의 부실이 있다면 행정상, 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당이라는 곳은 사실상 가정으로부터 장기간 단절돼 있는 곳이고, 그 안에서 억압적인 문화가 나올 수 있다"며 "서당이 책임을 먼저 지고 선행적인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당 동급생간 성폭행 사건' 개요
-지난해 2월 경남 하동의 한 서당 기숙사에서 10대 남학생 2명이 한 동급생에게 "체액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재우지 않겠다"고 협박함. 거부하자 피해학생을 성폭행.
-가해학생들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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