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2)가 1일 자신의 모교인 와세다대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에게 축사를 전했다. 공식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모교 입학식에 참석한 건 와세다대가 수여하는 예술 분야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와세다대 입학식은 코로나19로 인해 2년 만에 열렸다.
신입생들 앞에 선 무라카미는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소설이란 것이 특효약이나 코로나19 백신처럼 사회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 작용 없이는 사회가 건강하게 나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식이나 윤리로 다 구하지 못하는 것을 서서히 구하는 것이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에도 마음이라는 게 있다”고 강조한 그는 “우리의 의식 속에서 논리만으로는 구제할 수 없는 것들을 천천히 구해나가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 “이야기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읽어낼 수 없는 마음의 영역을 비춘다"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을 픽션이라는 형태로 바꿔 비유적으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무라카미는 “좋은 소설은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나온다”는 점을 역설했다. "머리로 생각한 소설은 별로 재미가 없다"면서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좋은 소설을 쓸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소설가라는 직업은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횃불처럼 이어져 왔다"며 "여러분 중 그 횃불을 이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매우 기쁘겠다”고도 말했다.
소설가를 꿈꾸는 신입생에겐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좋은 소설은 쓰지 못한다”며 “필요에 따라 머리가 움직이지만, 수재나 우등생이 아닌 정도가 딱 좋다. 적당한 정도를 발견해달라”고 조언했다.
무라카미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학에 입학한 후배들의 앞날을 축복했다. 그는 “세상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지만, 올해 여기에 모두 모여 새로운 출발을 축하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보통 사람과는 순서가 바뀌어 재학 중 결혼을 하게 돼 일을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졸업했다”면서 “그런 삶을 추천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유머 섞인 성원도 보냈다. 실제로 무라카미는 1968년 와세다대 제1문학부에 입학했으나 1971년 재학 중 아내 다카하시 요코와 결혼해 재즈바를 개업하고 1975년에야 졸업할 수 있었다.
한편 올 10월에는 그가 2018년 와세다대에 기증한 친필 원고와 2만 점에 달하는 레코드 컬렉션 등이 전시되는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정식 명칭은 와세다대 국제 문학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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