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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용 부동산 정책의 향연

입력
2021.04.0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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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된 7일 오후 국토교통부가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후보지 중 하나로 발표한 서울 용산구 강변강서맨션 전경. 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된 7일 오후 국토교통부가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후보지 중 하나로 발표한 서울 용산구 강변강서맨션 전경. 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야당 오세훈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임기 1년 남짓인 ‘서울 부동산시장(市長)’이 탄생했다. 부동산 선거라 불릴 정도로 이번처럼 경쟁적으로 다양한 부동산 정책이 쏟아진 선거는 일찍이 없었다.

서울시의 오랜 난제인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해 용적률 상향, 층고 규제 혁파, 간선도로·철로 지하화, 파격적인 임대주택 공급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부동산정책의 향연이 펼쳐졌다. 공급이 최대 이슈니 한쪽이 30만 가구를 내걸자 다른 쪽은 그보다 많은 36만 가구로 맞받았다. 심지어 74만 가구를 부르짖은 후보도 있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차후의 문제다.

선거에 임박해 여당 인사들이 쏟아낸 발언과 공교로운 타이밍도 의심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보궐선거 1주일 전 기자회견에서 “처음 집을 장만하는 분께 금융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그 처지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크게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보다 며칠 전 같은 당 홍익표 정책위의장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권 출범 때부터 집값 안정을 지상목표로 정하고, 투기 억제를 위해 부동산 대출까지 옥죄었는데 그와는 상충되는 말들이다.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가 멀찍이 앞서 나가는 시기에 이러니 어찌 영혼 없는 선거용 발언이라 의심을 안 받을 수 있나.

표로 먹고사는 정치인이야 그렇다 쳐도 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주택 공급대책을 쏟아낸 시점 역시 미묘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2차 후보지 16곳을 발표한 데 이어 31일 역세권과 저층주거지를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21곳도 공개했다. 공공재개발은 서울시와 함께하는 사업이라 후보지가 모두 서울에 있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경기·인천과 지방 광역시에서도 꽤 신청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1차 후보지는 죄다 서울이다. 국토부는 “먼저 신청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검토해 우선 선정했다”고 해명했지만 후보지에 대한 사전 조사나 주민 여론 수렴 같은 건 없었다. 뒤늦게 안 해당 지역 일부 주민이 반발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올해 추진한다고 예고했고 주택 공급이 시급하기에 이것저것 추려지는 대로 신속히 발표한 거라 믿고 싶다. 그래도 오세훈 시장이 민간주도 개발을 전면에 내걸었기에 찝찝함이 남는다. 국토부는 보궐선거 당일 오후 공공재건축 1차 후보지까지 발표를 마쳤다. 민간개발 전도사가 입성하기 직전 재개발·재건축과 역세권 개발까지 ‘공공개발 3종 세트’ 판이 서울에 좍 펼쳐졌다. 오 시장 입장에선 공공개발 '깃발'부터 꽂은 거라 여길 수도 있겠다. 한 신문은 공공개발 후보지 관련 기사에 ‘공공주도 알박기’란 제목을 붙였다.

여당과 정부를 뭉뚱그린 당정(黨政)이란 단어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집권 기간엔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사실상 한 팀 아닌가. 정부가 선거 직전 내놓는 정책의 무게감이 남다른 이유다. 여당 후보가 이겨야 이런 정책들이 탄력을 받아 제대로 추진된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길 수 있다.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더라도 말이다.

김창훈 산업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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