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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도장깨기... 아이유 "자기 혐오" 딛고 일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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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도장깨기... 아이유 "자기 혐오" 딛고 일어서다

입력
2021.04.02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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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낸 5집 '라일락'... 음원차트 점령
아이유의 '서른 즈음에'

가수 아이유는 최근 낸 5집 제목은 '라일락'이다. 꽃말은 '젊은 날의 추억'이다. '라일락'을 들고 온 아이유는 20대를 뜨겁게 추억한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아이유는 최근 낸 5집 제목은 '라일락'이다. 꽃말은 '젊은 날의 추억'이다. '라일락'을 들고 온 아이유는 20대를 뜨겁게 추억한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콧등엔 상처가 깊게 패었고, 왼손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런 그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무턱대고 달려드는 이들을 하나둘씩 제압했다. 무차별 폭력에 익숙해져 툭 튀어나온 조건반사 같은 몸짓이었다. 싸움을 끝낸 그는 주어진 군만두를 씹어 먹는다.

군만두와 도장 깨기식 싸움, 아이유의 신곡 '라일락' 뮤직비디오는 영화 '올드보이'(2003)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2008년 데뷔 후 숱한 '악플러'와 오랫동안 싸워야 했던 아이유는 '올드보이'에서 생각 없이 던진 말의 비극을 보여준 오달수(최민식)와 정반대로 닿아있다.



"액션도 넣어볼까요?" 영화 '올드보이' 오마주

어떻게 기획됐을까. 서동혁 '라일락' 뮤직비디오 감독은 1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이유가 뮤직비디오에서 가져가길 원한 이미지 중 하나가 홍콩 누아르였다"며 "그래서 '올드보이' 느낌을 낸 기차 신을 제안했더니 아이유가 '그럼 액션도 넣어볼까요?'라고 해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말했다. 액션 연기에 아이유는 '진심'이었다. 뮤직비디오에 10초 분량으로 나온 액션 연기를 위해 액션스쿨에 찾아가 훈련을 받기도 했다. 아이유는 지난달 25일 뮤직비디오와 함께 '라일락' 음원을 공개했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선 노래가 공개된 지 불과 하루 만에 80만여 명이 넘는 소비자가 이 곡을 들었다.

아이유의 5집 '라일락' 반응이 뜨겁다. 앨범이 발매되고 1일까지 타이틀곡 '라일락'은 1주일째 멜론 지니 벅스 등 주요 6개 음원 사이트 정상을 휩쓸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코인' 등 앨범 수록곡 4~6곡이 톱10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요즘 음원차트는 '아이유 천하'다. 개별 곡이 아닌 앨범 단위로 청취자들이 음악을 듣다 보니 벌어진, 디지털 음원 시대 보기 드문 풍경이다. 지난해 5월 멜론에서 실시간 차트를 없앤 뒤 막강한 팬덤을 앞세운 K팝 아이돌그룹의 '차트 줄세우기'는 그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라일락'은 4집 '팔레트'(2017)후 4년 만에 나온 정규 앨범이다.


음악평론가가 꼽은 5집 '라일락' 필청 트랙

김상화 '라일락' 옛 아이유 목소리로 찍은 20대의 마침표
김성환 '아이와 나의 바다' 아이유의 블록버스터 발라드
서정민갑 '코인' 걸크러시 당찬 가사와 톡톡 튀는 보컬



한때 자기혐오했지만 "영원히 되감을 20대"

5집은 아이유판 '서른 즈음에'다. 올해 만으로 스물여덟이 된 아이유는 서른을 앞두고 바라본 삶과 일에 대한 생각을 노랫말에 도톰하게 실었다.

아이유는 한때 "미열이 흐르고 또 어질어질"(수록곡 '플루')했다. 가수로서 성과를 내고도 자신을 사랑할 수 없어 "자기 혐오"를 했던 20대 초반, 아이유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아이유는 "내 마음 한켠 비밀스런 오르골에 넣어두고서 영원히 되감을 순간"('라일락')이라며 20대를 추억하고,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 다음으로 가요"('에필로그')라고 읊조리며 30대를 기대한다. 아이유는 '스무 살의 봄'(20세·2012), '스물셋'(23세·2015), '팔레트'(25세·2017)로 '나이 시리즈' 작품을 이어오며 또래인 MZ(1980~2000년 초반 출생)세대와 공감대를 쌓아왔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5집 '라일락'은 전작들과 비교해 자연스러운 리듬감과 편안한 멜로디가 돋보인다"며 "이 음악적 기반 위에 자신이 거쳐온 20대의 시간을 차분하게 펼치며 청취자에게 한발짝 더 다가갔다"고 평했다.

가수 아이유가 최근 낸 5집 '라일락'은 그가 띄운 20대의 작별 인사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아이유가 최근 낸 5집 '라일락'은 그가 띄운 20대의 작별 인사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날로그 사운드로 향수와 유행 잡기

아이유는 따뜻한 아날로그 사운드를 지렛대로 향수와 요즘 유행을 동시에 잡는다. '봄 안녕 봄'이 1980년대 유행했던 신스팝 사운드에 아이유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서정성을 돋운다면, 펑키한 '코인'과 레게풍의 '돌림노래'에선 감칠맛 나는 랩을 하며 재미를 준다.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 따르면 '봄 안녕 봄'은 아이유가 옛 솔 음악에 심취한 선배 가수 나얼에게 받은 곡으로, 나얼은 이 곡에 코러스로도 참여했다. 타이틀곡 '라일락'은 아이유 복고풍 댄스곡의 '결정판'이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실험적인 4집 '팔레트'보다 5집은 더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보여준 앨범"이라고 의미를 뒀다. 아이유는 앨범의 일관성을 위해 5집에 실으려고 써둔 자작곡 6곡을 모두 빼고 라이언전과 임수호 등 외부 작곡가들의 곡 위주로 앨범을 채웠다.

아이유는 이달 일본 영화 거장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촬영에 나선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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