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북마케도니아, 독일에 2-1 승리
만우절에 벌어진 거짓말 같은 승부였다. 인구 약 200만명의 남유럽 발칸반도 내륙 국가 북마케도니아가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 ‘전차군단’ 독일에 20년 만의 월드컵 예선 패배를 안기는 대형 사고를 쳤다. 선수로서 변변찮은 이력을 가진 이고르 안젤로프스키(45) 감독이 이끈 ‘붉은 스라소니(북마케도니아 대표팀 애칭)’ 군단의 기적이다. 반면 안방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65위에 패한 독일(13위)의 충격은 상당해 보인다.
북마케도니아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독일 뒤스부르크의 샤우인슬란트-라이젠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 조별리그 J조 3차전 원정경기에서 독일을 2-1로 무너뜨렸다. 재작년 마케도니아에서 북마케도니아로 국호를 변경한 뒤 처음 나선 월드컵 예선이다. 독일을 비롯해 아르메니아, 루마니아,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과 한 조에 엮였는데 유럽 최고 스타들을 모아 놓은 독일과 대결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여겨졌다.
아니나 다를까 전반 9분 독일 레온 고레츠카(26)의 슈팅이 골대에 맞는 등 초반부터 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북마케도니아는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독일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뒤 선제골까지 터뜨렸다. 북마케도니아 축구대표팀의 ‘살아있는 전설’ 고란 판데프(38ㆍ제노아)가 전반 추가시간 오른쪽에서 넘어온 공을 골 문 앞에서 방향만 바꿔 골 망을 갈랐다.
선제골을 넣은 북마케도니아는 후반 19분 독일의 일카이 귄도안(31ㆍ맨체스터시티)에게 페널티 킥 골을 내줬지만, 후반 40분 극적인 결승골을 넣으며 승리를 가져갔다. 결승골 주인공은 신예 미드필더 엘리프 엘마스(22ㆍ나폴리)였다. 엘마스는 아리얀 아데미(30ㆍ디나모 자그레브)가 페널티지역 안 왼쪽에서 중앙으로 찔러준 공을 오른발로 가볍게 마무리 했다. 점유율 30-70, 슈팅 수에선 6-11로 뒤졌지만 유효슈팅에선 3-2로 앞선, 꽤나 효율적인 경기 내용이었다.
독일이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패한 건 2001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 예선 잉글랜드전 1-5 패배 이후 20년 만이자 36경기 만이다. 독일은 2006년 자국에서 치른 월드컵 때는 예선을 치르지 않았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예선에서는 8승 2무를 거뒀다. 2014년 브라질 대회 예선은 9승 1무로 통과한 독일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선 10전 전승을 거뒀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 2연승 후 첫 패배를 당한 독일은 승점 6에 머무르며 조 3위로 내려앉았고, 승리를 거둔 북마케도니아는 2위에 올랐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2승 1패(승점 6)를 기록했지만 골 득실과 다득점에서 모두 독일에 앞섰다.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10개 조 1위는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각 조 2위는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조 3위부터는 탈락이다.
비록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지만,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을 본 북마케도니아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도 축제를 즐겼다. 이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졌지만 일부 마케도니아 응원단은 경기장 밖에 모여 장외 응원을 펼쳤고, 경기에서 승리하자 축제를 즐기기도 했다.
한편 I조에서는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의 주포 해리 케인(28)이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잉글랜드가 폴란드와 홈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두고 3연승을 달렸다. C조의 이탈리아도 리투아니아와의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고 3연승으로 선두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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