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과 케미'로 한미 교섭 주도
외교부 안팎 "왜..." 뒷말 무성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돼 한반도평화프로세스 구축 작업의 핵심 역할을 한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이 최근 외교부 인사에서 쓴잔을 마셨다. 역대 대다수 본부장이 주요국 공관장으로 옮기거나 외교부 안에서 영전한 전례와 어긋나는 인사라 뒷말이 무성하다.
31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 전 본부장은 올해 상반기 공관장 인사에서 어떤 보직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이 전 본부장이 물러날 당시 '무난하게 주요국 대사로 갈 것'이란 외교가의 관측이 빗나간 것이다. 이번 인사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취임한 뒤 처음 단행한 공관장 인사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출신에 대한 정부의 '예우'는 그간 관행이었다. 1대 본부장인 천영우 전 본부장은 영국 대사로 발령났으며, 후임인 김숙 대사는 국정원 1차장을 거쳐 유엔대사로 떠났다. 이후로도 위성락(러시아 대사), 임성남(영국 대사), 조태용(외교부 1차관), 황준국(영국 대사) 등 대다수가 요직을 받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전 본부장이 인사에서 배제된 배경과 관련해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부정·비리 행위 때문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
외교부 안팎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주요 성과로 꼽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이 전 본부장이 상당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문재인 정부 초대 본부장에 취임한 그는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끈끈한 '케미'를 바탕으로 한미 교섭을 사실상 도맡았고, '최장수 본부장 기록'(3년 3개월)도 세웠다. 배경을 묻기 위해 이 전 본부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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