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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과잉

입력
2021.03.3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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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지난 30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같은 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가 영등포구 영등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지난 30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같은 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가 영등포구 영등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정책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LH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식 때문에 ‘유체이탈 화법’이니 뭐니 하는 조롱이 나오는 거다. 대통령은 짐짓 “부동산 정책만큼은”이라고 한정했지만, 현실을 감추려는 교언(巧言)이거나, 여론을 모르는 답답한 소리다. 당장 부작용이 뚜렷하지 않아서 그렇지, ‘소주성’부터 어설픈 ‘자주 외교’에 이르기까지, 국민적 원성과 우려가 쌓인 정책목록은 열 손가락도 부족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 우려가 심각한 정책 후유증 중 하나가 ‘공공부문 비대화’다. 현 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공약할 정도로 공공부문 확충에 열을 올려왔다. 이제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기가 어려워진 상황이기 때문에 공공 일자리 확충은 유효한 고용정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에 맞춰 사람을 늘려야지, 사람을 늘린 뒤에 억지로 일감을 찾다 보면 엉뚱한 부작용이 속출하기 마련이다.

▦ 한때 동사무소 ‘주민카페’ 설치가 유행했다. 그때 “주민카페 한 개 생기면 주변 카페 서너 개는 망한다”는 푸념이 나돌았다. 월세 없고, 이익 올릴 필요도 없는 ‘공공카페’와 맞붙으면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음료를 팔 수밖에 없는 주변의 민영 카페가 살아남을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치다. 공공카페는 단적인 예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공공부문이 막강한 공적 자산과 행정적 지원 등을 뒷배로 민간 비즈니스 영역에 진입해 시장을 뒤흔드는 사례가 결코 드문 건 아니다.

▦ 지방 지자체들이 앞다퉈 만든 청소년 수련시설들만 해도 그렇다. 값싸고 시설 깨끗하니, 학교들로선 대개 공공 수련시설을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그 탓에 민간 사업자들은 줄줄이 망했고, 직원들도 실업자 신세가 됐다. 근년의 제로페이 카드나 공공배달앱 같은 서비스도 이런저런 무리가 적지 않다. 4·7 재·보선 레이스가 시작되니, 후보들은 보육부터 요양에 이르기까지 앞다퉈 공공서비스 확충을 공약하고 있다. 섣부른 선의가 공공의 과잉을 불러 되레 민간을 고사시키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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