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2위 기업 SK하이닉스 훌쩍 넘어
정부 세입으로 낸 5.1조원 합치면 총 8조원 납부
한국은행이 지난해 세전 10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냈다. 법인세만 3조 원 가까이 낸 데다 정부 세입으로 5조 원 넘는 돈을 추가로 납부하면서, 국내 법인 중에서는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은 세금을 냈다.
31일 한은이 발표한 '2020년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의 세전 당기순이익은 10조1,890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2조8,318억 원 늘었다. 한은 설립 이후 세전 당기순이익이 10조 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법인세를 내고 남은 당기순이익도 7조3,659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한은 순이익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로 금리가 하락하고 해외 주가가 상승한 영향이 컸다. 과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사뒀던 해외 채권의 가격이 지난해 크게 오르면서(금리 하락) 큰 차익을 남긴 데다, 일부 해외 주식 운용 성적도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은의 지난해 유가증권 매매익은 9조8,979억 원으로 전년도(5조8,274억 원)에 비해 70%가량 증가했다.
한은 측은 "기준금리가 0.25%로 떨어지면서 통화안정증권 이자비용이 1조 원 가까이 줄어든 것도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순이익이 커지면서 법인세 납부 규모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은의 법인세는 2조8,231억 원으로, 국내 법인 중에서는 SK하이닉스(1조4,322억 원)보다 많았다.
한은이 정부 살림에 보탠 돈은 이게 다가 아니다. 한은은 한은법에 따라 세후 당기순이익 중 30%를 법정적립금으로 적립하고, 임의적립금으로 두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 순익 모두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에서 법정적립금(2조2,098억 원)과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341억 원)을 제외한 5조1,220억 원을 정부에 모두 납부했다. 법인세와 합치면 8조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정부 금고를 든든하게 채워준 셈이다. 기업 중에선 법인세 1위인 삼성전자(9조9,400억 원) 다음이다.
지난해 말 한은의 총자산 규모는 538조7,3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6조1,556억 원 증가했다. 한은 측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고채 매입량이 늘면서 유가증권 잔액이 증가했고,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증액 및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기구에 대한 대출 증가로 어음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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