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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갈까, 점집을 갈까

입력
2021.03.31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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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
전형일명리학자·철학박사

편집자주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점을 보기위해 사용되는 각종 도구. 한국일보 자료사진

점을 보기위해 사용되는 각종 도구.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신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반대로 신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신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그러면 신을 믿는 쪽에 거는 편이 유리하다.” 유명한 ‘파스칼의 도박(Pascal's Wager)’ 이론이다.

프랑스 수학자이자 사상가였던 파스칼은 막연한 믿음을 강요하기보다는 독특한 논리를 통해 자신의 신앙을 전도했다. ‘파스칼의 내기’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이 교회(종교)에 가는 이유는 불안감과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천국이나 지옥을 다녀 와 간증을 하는 사람은 없다. 임사(臨死)체험이 공통적인 것도 인간의 뇌가 비슷하게 진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그래도 믿음은 과학과 논리를 넘어선다.

또 종교는 기복(祈福) 기능도 있다. 다만 신은 청원 기도보다는 감사 기도를 더 좋아하신다고 한다. 힘들어도 범사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이다.

교회는 형제?자매님들과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갖게 한다. 떼창(합창)과 통성 기도 등으로 엑스터시도 느낄 수 있다. 안정감과 자신감도 준다.

무엇보다 종교는 인간을 선하게 하고, 베풀며 살라고 한다.

이 때문인지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신을 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리학(命理學)에서도 사주에 어머니, 후원자 등 도와주는 인성(印星)이 약하거나 없는 사람에게 종교를 권한다.

공개적으로 교인이라고 밝히는 것과 달리 점집의 회원(?)들은 음성적이다. 점(占)의 역사가 종교만큼 오래되고 찾는 사람도 여전한데 그렇다.

종교는 사후를 강조하지만, 점은 개인의 진로?결혼?재물?승진 등 철저히 세속에 집중한다.

중대한 결정에 대한 불안감, 미래에 대한 궁금증 등은 종교를 찾는 것과 심리적인 궤를 같이한다. 현실의 답답함을 토로하고, 해소하는 상담 역할을 하는 것도 점집의 순기능 중 하나이다.

터키에 가면 ‘커피점’이 관광의 한 부분이다. 점은 동서고금, 어느 문화에서나 존재하는 현상이다. 점을 미신이나 맹신이 아닌 일기예보나 전통문화 정도로 여겨도 괜찮을 듯하다.

공자도 “삶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未知生 焉知死)”라고 말했다.

종교적 인간(homo religiosus)도 있지만, 점치는 인간(homo augurans)도 있다.

교회도 가고, 점집도 가고, 둘 다 가면 안 될까.

전형일 명리학자?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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