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가랑이 만지려는 동영상 유포?
'혼밥' 사진과 달리 풍성한 잔치 음식도 도마에?
대통령궁 "악의 없는 행동, 가난한 척하지도 않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76번째 생일잔치가 도마에 올랐다. 가사도우미의 하체 부분을 만지려는 듯한 장면이 포착된 데다 조촐한 잔치가 쇼라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대통령궁은 해명에 나섰다.
31일 라플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28일 자택에서 76번째 생일을 맞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이 주재한 회의에 참석한 의원 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다음 달 7일까지 자가 격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41초짜리 축하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동영상엔 반팔 상의와 반바지를 입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음식이 차려진 식탁에 앉아 있다. 가족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자 가사도우미가 초 하나가 꽂힌 작은 케이크를 두테르테 대통령 앞으로 가져온다. 갑자기 두테르테 대통령이 오른손을 뻗어 가사도우미의 가랑이 쪽을 만지려고 한다. 가사도우미는 웃었지만 급하게 몸을 뒤로 뺀다.
시민단체들은 성희롱이라고 발끈했다. 그간 두테르테 대통령의 여성 혐오 및 비하 발언에 비춰볼 때 미수로 끝난 이번 행동도 그릇된 성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실제 2년 전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젊은 시절 자고 있는 가사도우미를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을 농담 수단으로 악용한 적도 많다. 여성 공산주의 반군의 성기에 총을 쏴야 한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자신의 장녀가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 떠오르자 올 1월 "대통령직은 여성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직장 내 성적 접근 및 성희롱을 처벌한다는 법에 직접 서명한 바 있다.
일각에선 축제의 단골 음식인 통돼지구이 '레촌(lechon)' 등 푸짐한 음식들이 생일상에 차려져 있는 것도 문제 삼았다. 한 의원이 생일 당일 '대통령은 생일에 간단한 식사만 했다'며 올린 사진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사진 속 두테르테 대통령은 밥과 생선 등 조촐한 음식으로 홀로 생일을 자축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음 날 해리 로케 대통령궁 대변인은 "해당 여성은 대통령의 유머 감각에 익숙해져 있을 정도로 오래 일한 가사도우미"라며 "대통령의 행위에는 악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행위를) 불평하려면 가사도우미가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리 로케 대변인은 또 "직계 가족을 제외하고는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가난한 척했는지, 아닌지 논란이 되고 있으나 대통령은 가난한 척한 적도, 대중을 속인 적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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