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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오디오북, ‘낭독 스타’ 탄생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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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오디오북, ‘낭독 스타’ 탄생 이끌까

입력
2021.04.01 04:30
수정
2021.04.01 16:4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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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문을 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 오디오북 센터에서 이용자가 녹음하고 있다. KPIPA 제공 ⓒ박새봄

2019년 문을 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 오디오북 센터에서 이용자가 녹음하고 있다. KPIPA 제공 ⓒ박새봄

PC화면에 띄워진 베스트셀러 소설의 한 대목 위에 커서를 갖다 대자 ‘이 문장 추가’라는 안내가 뜬다. ‘내 목소리 녹음’ 버튼을 클릭하고 따라 읽어본다. 화면 하단에 내 목소리가 녹음되고 있음을 알리는 파형이 표시된다. ‘해설/이미지 추가’ 버튼을 눌러 방금 읽은 내용에 대한 설명까지 간단히 덧붙이면 끝, 손쉽게 나만의 오디오북이 완성된다.

전자책 기업 밀리의 서재가 1월 시작한 ‘내가 만든 오디오북(내만오)’를 통한 간단한 오디오북 제작 과정이다. 서비스 가입자라면 누구나 밀리의 서재가 자체 개발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오디오북을 만들고, 판매까지 할 수 있다. 3분 이상 재생되면 100원씩 구독 수익이 발생하고 5만 원 이상 적립되면 통장에 입금된다. 현재까지 약 1만7,000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고 이 중 약 117개의 오디오북이 내부 검수를 거쳐 실제 독자들에게 공개됐다.

전자책 기업 밀리의 서재가 자체 개발한 '내만오' 서비스를 통해 통해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모습. 밀리의서재 제공

전자책 기업 밀리의 서재가 자체 개발한 '내만오' 서비스를 통해 통해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모습. 밀리의서재 제공

좋아하는 책의 한 구절을 낭독했을 뿐인데 돈도 벌 수 있다. ‘내만오’는 계속 성장중인 오디오북 시장을 둘러싼 독자들의 관심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딜로이트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300억 원대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오디오북 업체 중 하나인 스토리텔은 한국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향후 5년 이내 조 단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팽창하는 시장과 높아진 수요를 타고 단순히 오디오북 소비를 넘어 제작에도 관심 갖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 포털 팟빵은 2018년 누구나 오디오북 콘텐츠를 제작ㆍ판매할 수 있도록 한 오픈 플랫폼을 개설한 바 있다. 전문 제작사나 유명 작가, 연예인과 성우를 섭외해 만들던 기존 오디오북과 달리 낭독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작품을 만들어 업로드하고 가격을 책정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만오’는 여기에 더해 자체 녹음 프로그램까지 제공하며 제작 장벽을 확 낮춘 것이 특징이다.

밀리의 서재 '내가 만든 오디오북' 서비스. 밀리의서재 제공

밀리의 서재 '내가 만든 오디오북' 서비스. 밀리의서재 제공

사실 낭독 콘텐츠는 플랫폼을 불문하고 가장 오래 살아남은 분야이기도 하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북튜버’들의 주된 콘텐츠도 낭독이고, 최근 급부상 중인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서도 낭독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유튜브는 출판사와의 저작권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클럽 하우스는 낭독을 즉시 수익으로 연결시키기 힘들다. 반면 밀리의 서재, 팟빵과 같은 플랫폼을 거치면 낭독을 오디오북이라는 재화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김태형 밀리의 서재 유니콘팀장은 “오디오북을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닌 대중의 참여형 콘텐츠로 확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오디오북을 직접 생산하는 디지털 프로슈머를 중심으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출판콘텐츠(KPC)는 오디오북 제작부터 저작권 보호, 유통, 디지털 마케팅, 정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PC 제공

한국출판콘텐츠(KPC)는 오디오북 제작부터 저작권 보호, 유통, 디지털 마케팅, 정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PC 제공

이를 발판으로 숨어있는 낭독 고수들이 등판한다면 ‘낭독 스타’ 탄생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더빙 외화처럼 많은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팬덤을 중심으로 굴러간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유튜브가 일반인 스타를 만들어냈듯 오디오북도 얼마든지 ‘낭독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원한다면 매니지먼트 역할을 해줄 곳도 찾을 수 있다. 국내 디지털 출판 사업을 지원하는 한국출판콘텐츠(KPC)는 오디오북 제작부터 저작권 보호, 유통, 디지털 마케팅, 정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디오북 제작에 참여하고 싶지만 네트워크가 없는 내레이터에게 ‘1인 독립 제작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이드도 해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오디오북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만든 KIPIPA오디오북 센터 내부의 녹음 장비 모습.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공 ⓒ박새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오디오북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만든 KIPIPA오디오북 센터 내부의 녹음 장비 모습.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공 ⓒ박새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 역시 2019년 10월 오디오북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KPIPA 오디오북 센터를 개소하고 오디오북 제작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KPIPA 디지털북센터 올댓오디오북’ 플랫폼을 열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오디오북 제작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오디오북 제작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해 유통사와 제작자, 제작사를 위한 오디오북 표준계약서를 만들었고 나아가 관련 플랫폼도 만들게 됐다”며 “앞으로 오디오북 제작을 위한 커뮤니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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