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사전에 '경질'은 없다? 넉달새 5명 '티 나게'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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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사전에 '경질'은 없다? 넉달새 5명 '티 나게' 잘랐다

입력
2021.03.30 17:35
수정
2021.03.3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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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절대 사람을 쫓아내듯 내보내지 않는다." "어떤 성과든 손에 들려서 내보낸다."

문재인 대통령 인사 스타일을 두고 여권 인사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문책성 인사를 할 때도 명예롭게 퇴장시키기 위해 문 대통령은 고민을 거듭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젠 옛말이 된 듯하다. 최근 네 달 사이 문 대통령은 5명을 청와대·내각에서 과감히 내보냈다. 누가 봐도 '경질'로 읽히도록.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청와대에서 신임 대통령비서실장과 민정수석비서관을 소개하며, 퇴임사를 전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추-윤 갈등에… ①추미애 ②노영민 ③김종호

문 대통령 인사 스타일 변화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갈등이 정국을 삼킨 지난해 연말 시작됐다. 추 전 장관이 첫 번째 경질 대상이었다. 지난해 12월 16일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추 전 장관이 사의를 표했다'는 소식과 "(사의 수용 여부를) 숙고하겠다"는 문 대통령 발언을 동시에 전했다. 말리는 제스처를 취할 필요도 없이 사표를 받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추 장관이 사태를 극으로 몰아간 데 대한 문 대통령의 분노가 반영된 결정이었다고 여권은 평한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도 문 대통령은 책임을 분명히 지웠다. 2주 뒤인 12월 30일, 이들은 김상조 전 정책실장과 함께 사의를 밝혔다. "국정 운영 부담을 덜고, 국정을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달라"고 말하면서다. 혼란한 정국의 탓을 본인들에게로 돌리는 이러한 발언을 정만호 수석은 숨기지 않고 소개했다.

김상조 전 실장을 제외한 2명의 사표는 다음날 수리됐다. 후임자도 같은 날 임명됐다. '빨리 털고 가겠다'는 의지이자 '경질성 인사'라는 신호였다. 김종호 전 수석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마땅히 책임지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감사하다"와 같은, 추 전 장관에게 했던 의례적 발언조차 더하지 않는 것으로 불편함을 표했다.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퇴임 인사를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가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LH 블랙홀에… ④변창흠 ⑤김상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문재인 정권과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으로 물러나게 됐다. 변 장관이 먼저 사의를 밝히고, 문 대통령이 수용하는 형식은 같았다. 그러나 이달 12일 변 장관 교체를 발표하면서 정만호 수석이 전한 문 대통령 발언은 이전보다 강도가 셌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루 전에 정부 합동조사단은 3기 신도시 투기가 의심되는 LH 직원 20명 중 11명이 변 장관의 LH 사장 재임 시절 토지를 매입했다고 공개했는데, 이것이 문 대통령의 단호한 결정을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김상조 전 실장도 29일 황급히 책상을 정리했다. 전셋값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 전셋값을 14% 올렸다는 보도가 나온지 불과 17시간 만이었다. 문 대통령은 후임도 곧바로 임명했다. '공백 없는 국정 운영'이 빠른 인사 배경이었다지만, '숙고의 시간'이나 '수고했다'는 의례적 인사조차 생략함으로써 불명예 퇴진임을 분명히 했다. 김 전 실장은 "죄송하다",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인 채 1년 9개월 근무한 청와대를 떠났다.


지지율 꺾이자 변했다…'레임덕 방지용' 시각도

임기 초ㆍ중반 문 대통령은 인사와 관련한 외부의 지적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불안정에 대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책임론이 꾸준히 나왔지만, 3년 7개월이나 기용한 게 대표적이다. "국면 전환용 인사는 없다"는 평이 붙는 이유였다.

문 대통령이 최근 보여준 모습은 그래서 더욱 매섭다.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시각으로 이어지는 것도 그래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춰 최소한의 명예를 갖춰줄 뿐, 상황 타개를 위한 인사라는 성격이 짙어졌다"며 "대통령 지지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ㆍ윤 갈등, LH 사태를 거치며 문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로 내려앉았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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