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거 불리하자 주담대 LTV 규제 완화 시사
정부, 부동산 투기 근절 위해 땅에도 LTV 규제 신설
당정 입장 다르지 않다지만, 시장엔 다른 메시지
전문가 "선거 불리하니 이제와서"...정부 내심 곤혹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기존 주택담보대출(주담대)뿐 아니라, 토지 등 비주담대 대출에도 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신설한다고 밝혔지만, 선거를 앞둔 여당이 기존 주담대 LTV 완화 가능성을 내비쳐 당정 간 정책 혼란이 커지고 있다.
선거 판세가 불리하자 일단 표심을 끌어보려는 여당의 '선거용 립서비스'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지만, LTV 완화 기조가 확산될 경우 부동산 투기 적폐 척결을 내세우는 청와대와 정부 정책 기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주택자 대출 풀겠다는 여당…LTV 최대 20%p 추가 거론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시장 안정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장기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때 담보액 대비 대출액 비율인 LTV를 풀어 무주택자가 집을 살 수 있는 통로를 더 열겠다는 의미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내 LTV는 각각 40%, 50%인데 무주택자는 10%포인트(p)를 추가 적용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무주택자에게 LTV를 10~20%p 더 얹어주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주택자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면 LTV 최대 70%까지 적용받아 3억5,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는 셈이다.
정부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특히 상환 여력이 크지 않거나 금융 이력이 없는 청년 무주택층 등을 위해 40년 장기모기지 도입, LTV 완화 등의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선거에서 밀리니 이런 정책 내놓은 것"
하지만 이런 정책이 자칫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어, 정부는 완화 대상과 방법 선정에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토지에도 LTV 규제를 신설하기로 한 마당이라 기존 주담대 LTV 규제 완화에 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발로 구체적인 LTV 완화비율까지 거론되자 정부는 내심 곤혹스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정부 정책 검토 방향과도 다르지 않다"고 해명했으나, 시장에서는 그동안 꽁꽁 막혔던 대출 규제가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실 여당의 LTV 규제 완화 거론은 다음 달 치러지는 보궐선거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정부가 추진하려는 완만한 규제 완화 대책과 그 속도와 방향이 사뭇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완화 대책 추진 방침을 발표하기 전 정부와 별다른 상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관계자는 "LTV 비율을 10~20%포인트 높일 수 있다는 얘기는 당정 간 합의된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당의 발표 시점도 썩 좋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근절을 강조하면서 토지 등 비주담대에도 LTV 규제를 신설하는 마당에, 기존 주담대 대출 완화를 시사하면서 정부의 정책 선명도도 떨어졌다는 평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주택자 대출 규제는 진작 완화했어야 한다"며 "이제 와서 선거에서 밀리니까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비주담대 대출 규제를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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