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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에 왜 이토록 관대한가

입력
2021.03.30 15: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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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박정윤올리브동물병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반복되는 동물학대 사건이 이어졌다. 3월 7일 60대 운전자가 SUV차량에 개를 묶어 끌고 도로를 달리다 죽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목이 묶인 개는 시속 60㎞가 되는 차의 속도를 따라잡으려 사력을 다해 달리다 사망했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한 고등학생이 고양이를 밤새도록 학대하다가 건물 3층에서 밀어서 떨어뜨린 사건이 있었다. 서울 한 아파트에서는 6마리의 고양이가 연쇄적으로 독살되어 목숨을 잃었다. 며칠 전에는 산 채로 비닐봉지에 싸여 버려진 강아지가 발견되었다

동물병원을 개원한 지 15년, 그사이 반려동물과 관련된 문화가 많이 성숙했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수도 많아졌고, 동물 산업은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해마다 분기별로 반려동물 관련 박람회가 개최되고 각 지자체마다 동물 관련 사업과 축제를 앞다투어 준비한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도 많이 확산되었고,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이란 용어가 더 이상은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그럼에도 왜 동물학대는 끊이지 않을까.

우선, 적극적인 개입과 강도 높은 처벌의 부재가 문제다. 유독 동물학대 범죄는 처벌의 수위가 약하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바뀌었지만, 이마저도 현재까지 실형을 산 경우가 거의 없다. 몇 만 원에서 몇 십만 원 정도의 벌금형이 고작이다.

반려동물은 학대를 받고 있어도 가해자의 소유물로 간주되다 보니 가해자에 의해 관리된다. 그 속에서 증거는 사라지기 일쑤고, 결국 추가적인 학대로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동물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아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데다, 가해자가 소유권을 뺏기는 게 아니라 ‘포기’하는 형식으로 피해 동물을 구조하는 시스템이다. 동물을 포기한 후에 대다수의 가해자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동물을 데려다 키운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의 경우 동물학대나 방치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5~15년간 소유권을 제한한다. 우리 역시 동물학대로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반드시 소유권을 박탈하고 이후에도 소유 및 점유를 제한해야 한다.

또, 동물학대에 관한 수사도 적극적이고 광범위하지 않다. 동물학대 사건은 동물이 직접 자신의 피해를 증언할 수 없기에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일반 사건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증거가 필요하다.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이 목격자 진술이나 블랙박스 폐쇄회로(CC)TV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다치거나 사망한 동물의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부검도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학대로 사망한 동물을 오래 방치해 두거나 훼손되어 부검은커녕 사진으로만 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방송에서 문의가 들어온 학대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 강아지는 부검만 이루어졌어도 생전에 추락한 것인지 죽고 나서 던져진 것인지를 구별할 수 있었으나, 이미 사체는 오래되고 훼손되어 사진으로 추정만 가능했다.

동물학대 고발을 해도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거나, 직접 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처벌이 안 된 경우도 많다. 한 마디로 입증하기 힘들다. 상주에서 개를 끌고 도로를 달린 운전자는 평소 개를 운동시키기 위해 차량 뒤편에 매달고 저속으로 운행했는데 이날은 깜박 잊고 고속주행을 했다며 고의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아도 ‘우리는 늘 이래 왔다’ 하면 그뿐이다.

이런 이유로 동물학대 사건을 입증하고 피해를 입은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신속한 판단과 수사가 강력하게 요구된다. 수사기관이 동물학대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사이버수사대의 수사에 동물학대와 관련된 영상도 포함되어야 한다. 동물학대 영상에 대한 사례를 신고하는 시스템이 사이버수사대에 필요하다. 종종 동물학대 영상이 유튜브나 SNS에 무분별하게 유포되기도 한다. 직접 학대를 저지르거나 촬영한 영상이 아니고 어디서 보게 된 학대영상을 유포해도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현 동물보호법 8조 5항에서는 다른 곳에서 구해 온 영상을 올려도 동물학대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다. 동물학대에 해당하는 행위를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물을 판매, 전시, 전달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해서는 안 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법은 있지만 수사할 기관이 마땅히 없다.

용품박람회나 펫페스티벌보다는 엄정한 동물보호법 집행이 중요하다. ‘언젠가 동물 살해를 인간 살해와 똑같이 보는 때가 올 것이다’라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말했다. 그 ‘언젠가’는 이미 ‘지금’이 아닐까.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수사가 강력히 요청된다. 부디 인간의 사건과 똑같이 수사받고 처벌받기를 바란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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