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린생활시설을 주택으로 무단 전용한 '근생빌라'
주차공간 줄이기 위한 건축주 꼼수지만, 소유주만 피해
소매점ㆍ사무실 등 근린생활시설을 주택으로 불법 개조한 '근생빌라'를 매매하거나 분양받은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적발된 근생빌라를 근린생활시설로 되돌리기까지 내야 하는 이행강제금을 주택으로 속아서 매입한 소유주에게만 부과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에서 근생빌라 877건을 적발, 이행강제금 62억 원을 부과했다고 30일 밝혔다. 2014년 627건이던 적발건수는 7년 만에 약 40%나 급증했다. 상가로 쓸 시설을 주택으로 불법 용도변경한 ‘꼼수 주택’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건 주차장 면적을 줄이고 건물을 높이 올려 개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현행법상 다가구주택·공동주택은 면적이 30㎡ 이하만 돼도 0.5대의 주차공간을 마련해야 하지만 근린생활시설은 134㎡당 주차장 1대만 설치하면 문제되지 않는다. 4층 이하의 층수 제한을 받는 다세대주택·연립주택과 달리 근린생활시설은 별도의 층수 제한도 없다. 건축주들은 이를 악용해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를 받은 뒤 건물 내에 취사시설을 설치하는 식으로 근생빌라를 양산해왔다.
문제는 불법 용도변경으로 인한 이행강제금이 적발 시점에 근생빌라를 보유한 소유주에게 부과된다는 점이다. 근생빌라를 주택으로 속여서 판 건축주가 아니라, 속아서 산 소유주가 또 다시 피해보는 구조다. 건물이 근린생활시설로 원상 복구될 때까지 납부해야 하는 이행강제금은 매년 수백만 원에 달한다.
건물 용도를 확인하지 못한 매수자의 부주의가 1차적 원인이지만 정부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는 2014년 소유주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일부 근생빌라를 양성화하는 특별법을 마련했으나 이때도 건축주 처벌 강화와 같은 근본 해결책은 담지 않았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에서 근생빌라 문제 해결에 손을 놓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책이 수박 겉핥기에 그치면서 근생빌라는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만성적인 문제가 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유주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양성화 등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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