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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대만은 중국을 ‘회색지대’에 가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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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대만은 중국을 ‘회색지대’에 가둘 수 있을까

입력
2021.03.29 16: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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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해양 팽창 '회색지대' 전략 갈수록 노골화
대만 상공 군용기 대거 투입, 미군 길목 차단
美, 워게임서 부진 “중국에 패할 수도” 위기감
中, 축구장 1,700개 넓이 남중국해 영토 확장
대만, 장거리 미사일...美, '레드라인' 겨냥 역공

대만 병사가 2019년 5월 핑퉁지역 해안에서 진행된 군사훈련 도중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대만 병사가 2019년 5월 핑퉁지역 해안에서 진행된 군사훈련 도중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이 회색지대에서 점차 명백한 전쟁상태로 이동하고 있다. 그게 우리가 직면한 위험이다.”

25일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장관)

'해양 굴기(?起·우뚝 섬)'를 표방한 중국의 군사팽창을 ‘회색지대(gray-zone)’ 전략이라 부른다. 전투나 전쟁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점진적이고 애매모호하게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타깃은 대만과 남중국해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도발 강도를 급속히 높이면서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레드라인’을 넘어설 기세다. 심지어 “미군이 중국군과 맞붙으면 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과 양국 사이에 끼인 대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中, 대만 동쪽 미군 증원 루트 차단

중국 훙(H)-6 전략폭격기가 지난해 9월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접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 훙(H)-6 전략폭격기가 지난해 9월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접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은 26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훙(H)-6K 전략폭격기 4대를 포함한 20대의 군용기를 보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유린했다. 역대 최대 규모 도발이다. 타이베이타임스는 29일 “연일 계속된 ADIZ 진입은 대만의 저항 의지와 방어 능력을 꺾기 위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보다 중요한 건 비행루트다.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시해협을 지나 이례적으로 대만섬 동쪽까지 날아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외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사시 가장 먼저 대만에 투입될 주일미군을 겨냥했다는 의미다.

美, “중국에 패할 수도” 위기감

존 아퀼리노 신임 인도태평양사령관 지명자. 연합뉴스

존 아퀼리노 신임 인도태평양사령관 지명자. 연합뉴스


미국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존 아퀼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 지명자는 23일(현지시간)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대만을 침공할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티모시 히스 선임연구원은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은 대만에 앞서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를 먼저 공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미 NBC방송은 “가상 워게임에서 대만 공군은 몇 분 만에 궤멸됐다”며 “중국이 미사일로 미 전함과 전투기를 저지한 탓에 미군이 개입해도 중국의 침공을 막는데 항상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인민해방군이 공습으로 대만을 초토화한 뒤 포위하고 미국과 일본의 지원군을 막아내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충돌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남중국해는 ‘대륙의 호수’… 中, 축구장 1,700개 면적 확장

남중국해 연안국 영유권 분쟁 현황

남중국해 연안국 영유권 분쟁 현황


중국은 올해 들어 해안경비대에 ‘발포권’을 부여했다. 주변국가와 영유권 분쟁으로 얽힌 남중국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특히 9개의 해상경계선을 연결한 U자 모양의 '9단선'을 그어 곳곳에 인공섬을 건설해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대륙의 호수’, ‘내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에 대항한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에 프랑스, 독일, 영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들도 가세해 군함을 파견할 방침이다. 군사ㆍ경제 요충지를 독점하려는 중국의 지배권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남중국해는 전 세계 두 번째 무역항로이자 해상 물동량의 3분의 1이 오가는 곳이다. 석유는 네 번째로 많이 묻혀 있다. 중국이 2014년 이후 추가로 확보한 암초와 주변해역 면적은 축구장 1,700개 넓이인 12㎢에 달한다. 중국은 “나토 회원국이 남중국해에 온다면 우리는 지중해에 갈 것(추이훙젠 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만, 장거리 타격능력 초점… 美, 중국 ‘레드라인’ 겨냥 역공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8일 지룽 해군기지를 찾아 중국에 맞선 대비 태세를 강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8일 지룽 해군기지를 찾아 중국에 맞선 대비 태세를 강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대만은 18일 공개한 ‘4개년 국방검토(QDR)’ 보고서를 통해 “군사력 증강의 초점을 장거리 타격능력에 맞출 것”이라며 “미국에서 도입하는 물량 외에 지상, 공중, 해상을 포함한 네 가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규모 군용기 도발이 일상화된 것에서 드러나듯 대만 공군력이 열세인 만큼 그보다는 작고, 빠르고, 은밀한 비대칭 전력으로 중국 본토를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 해경에 맞서 대만과 해양경찰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며 대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 의회는 대사관 격인 ‘재대만협회(AIT)’ 소장(director)을 대표(representative)로 격상하는 법안을 제출해 국무부의 대사 임명 절차를 준용하도록 했다. 사실상 대만을 국가로 대하는 것이다. 중국이 가장 꺼리는 ‘레드라인’을 공략한 셈이다. 또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옵서버 복귀를 지원하는 법안도 소관 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대만은 지난해 중국의 반대에 부닥쳐 WHO 회의 참석이 두 차례 무산됐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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