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 연료는 우리 피·땀" 상장 후에도 계속되는 쿠팡 과로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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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연료는 우리 피·땀" 상장 후에도 계속되는 쿠팡 과로사 논란

입력
2021.03.31 08:00
수정
2021.04.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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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혁신기업' 만든 로켓배송
"노동력 갈아 넣는 기형적 구조" 지적
쿠팡 "10년간 업무상 사망사고 없었고
자동화 설비 투자로 근무 강도 낮추는 중"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달 1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상장 기념 광고가 걸려 있다. 쿠팡 제공

쿠팡의 대표적인 혁신은 '로켓배송'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전국 익일 배송을 현실화한 쿠팡에 투자금이 몰렸고 이달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10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로켓배송 이면의 노동구조에 주목한다. 24시간 돌아가는 배송 시스템은 육체노동으로 작동 중이며 잇따른 배송기사(일명 쿠팡친구) 과로사 의혹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쿠팡이 외형적 성장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노동환경에 대한 구조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사망→"과로 아냐" 간접해명 반복

30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쿠팡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근로자는 지난해 4명, 올해 들어 벌써 3명이다. 이달 24일에도 쿠팡친구 A(43)씨가 배송 중 사망했다. 다만 고인은 현장 투입 2일 차 직원으로 직무와의 연관성, 정확한 사인 등 추가 규명 과정이 남아 있다.

쿠팡 물류센터 주차장에 쿠팡친구가 운행하는 배송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뉴스1

사망사고 이튿날 쿠팡은 입장자료를 통해 "고인은 입사 후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 심장 관련 이상 소견이 있어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전교육 후 22일 배송을 시작했지만 재검이 필요해 23일 휴무 및 재검사 진행 후 결과를 기다리던 중 출근했다가 쓰러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까지 쿠팡은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직원의 근무 일수·시간 등을 공개하면서 "근로자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매뉴얼처럼 반복하고 있다. 사망사고 원인이 과로가 아니라는 걸 우회적으로 강조하는 듯한 뉘앙스다. 이에 대해 쿠팡은 "지난 10년간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은 한 건도 없고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도 1건만 인정된 게 사실"이라며 "택배물류업계에서 가장 안전한 근로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로켓배송 연료는 우리의 피"

쿠팡 로켓의 연료가 우리 땀으로 이뤄져야죠. 하지만 이젠 피까지 섞이는 것 아닙니까.

서울 강북담당 쿠친 정진영(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장)씨

현재 쿠팡이 근로자 건강을 위해 하고 있는 조치는 4대 보험을 비롯해 △건강검진(심야배송자 특수검진·신규입사자 심혈관계 검사 포함) △물류센터 현장에 건강상담팀 배치 △'쿠펀치' 앱으로 근로시간 기록 및 관리(주 52시간 초과 시 복귀 알림) 등이다.

쿠팡은 배송기사 대상 주 5일 및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건강검진 지원 등을 건강 관리 정책으로 운영 중이다. 쿠팡 제공

하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이 낮다고 한다. 근무시간 관리 허점과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없는 과도한 물량 배정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정진영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장은 "쿠펀치에 시간이 초과하지 않도록 숫자를 고쳐 쓰고 퇴근 입력만 한 뒤 계속 근무하는 사례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담당 쿠팡친구인 정 지부장은 많으면 하루 200곳을 돈다. 걸으면서 근무시간 내에 갈 수 있는 배송지 130~140곳을 훨씬 웃돌아 트럭에서 내리면 뛰는 게 일상이다. 정씨는 "노동강도는 높고 물량은 계속 늘어나기만 한다"며 "과로사는 쿠팡 로켓의 연료가 우리의 땀뿐 아니라 피까지 섞였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영(왼쪽)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장이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물류 첨단화·적정 노동량 산출이 관건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실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쿠팡 노동자의 산재 신청과 승인 건수는 다른 물류업체보다 수십 배 많다.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선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로켓배송은 물류센터에 직매입해 쌓아둔 물건을 주문 즉시 배송하는 방식인데, 아직까지는 센터가 창고 수준에 그쳐 노동력이 과도하게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쿠팡은 물류센터를 늘리는 식으로 로켓배송 권역을 넓혀왔고,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5조 원 중 일부도 물류센터 추가 건립에 사용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센터는 업계가 지향하는 자동화 기반의 풀필먼트 센터와 거리가 멀다"며 "일일이 사람이 움직여 물건을 찾아 싣고 출발해야 해 노동력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 고도화와 물량 조절을 병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늘어나는 주문 수에 맞춰 노동력을 갈아 넣는 기형적 구조"라며 "다른 업체보다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쿠팡은 5,000억원의 기술 및 자동화 설비 투자로 근무 강도를 지속적으로 낮춰가고 있는 중이라고 반박한다. 산재 신청과 승인 건수가 많은 것은 직고용 기반이라 지입제인 다른 택배업체와는 사업구조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한다. 쿠팡은 "직고용으로 지난해 말 국민연금가입자 기준 5만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며 "택배물류업계에서 유일하게 100% 직고용을 하고 배송기사 주 5일 52시간 근무, 분류작업 전담인력 투입 등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왔다"고 밝혔다.

과로사 논란이 계속되자 전문가들은 적정 노동량 산출을 위한 회사 차원의 노력이 수반돼야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 근로자 연령과 신체능력 등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규율을 마련해야 한다"며 "쿠팡 혁신의 핵심이 로켓배송인 만큼 이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과정도 안전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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