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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나라고 왜 우아하게 안 하고 싶겠나…야박한 평가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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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나라고 왜 우아하게 안 하고 싶겠나…야박한 평가 각오”

입력
2021.03.29 09: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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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는 너무 어려운 짐 지워?
같은 일이라도 여성이라 깎아내려”


“저라고 왜 우아하게 안 하고 싶겠습니까.”

‘정치인 추미애’에겐 강하고, 때로는 매섭다는 평이 따라붙는다. 지지층은 ‘철두철미하다’고 환호하지만, 대척점에 선 이들에게는 ‘독선적 리더십’이란 비난도 받는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지난 한 해 동안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검찰개혁 등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이런 평가는 더 공고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주류가 아니라 더 무리한 것’이란 해석에 추 전 장관은 23일 “제가 바로 촛불정부를 만들어낸 당의 대표였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외롭고 고단한 자리라는 것을 각오하고 선 것”이라며 “제 개인 문제라면 얼마든지 양보하겠지만, 잘못할 땐 국민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하는 문제이기에 모든 것을 걸고 단호하게 했다. 그래서 야박한 평가도 받는다”고 했다.

단단히 각오하고 검찰개혁의 칼자루를 쥔 추 전 장관이지만, “가족에게 너무 어려운 짐을 지게 했다”고 말했다. 야당이 집중 제기한 아들 서씨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을 두고서다. 그는 “풍문에 의한 고소·고발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검찰이) 각하를 했어야 하는데, 단지 내가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는 장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취방까지 압수수색할 정도로 아들을 괴롭힌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국회에서 해당 의혹을 캐묻는 야당 의원에게 “소설을 쓰시네”라고 말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해서는 “망신 주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얼떨결에 한 말인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아쉬워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1대 총선에 불출마하기 전까지 추 전 장관은 여성 판사 출신 첫 국회의원, 여성 최초 지역구 5선 의원, 헌정사상 첫 여성 선출직 여당 대표 등의 기록을 썼다. 공고하기로 유명한 여의도의 유리천장을 여러 번 깬 그지만, 여전히 “같은 일이라도 여성이 하면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지난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공유했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미공개 입장문 초안에 ‘수명자’(명령을 받는 사람)라는 단어가 포함됐던 것을 거론했다. 추 전 장관은 “수명자는 법률용어인데, 야당에선 ‘군대용어를 당신이 어떻게 아느냐’, ‘뒤에 최순실(최 대표를 빗댄 표현)이 있다’고 시비를 걸더라”라고 했다. 자신이 남성 장관이 아니기 때문에 부당한 공격을 받았다는 얘기다. 수사지휘권 발동 당시, 윤 전 총장이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던 데 대해서도 추 전 장관은 “남자 장관일 때는 불만이 있어도 하지 않았던 말”이라고 꼬집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사 가운데 추 전 장관은 유일한 여성이다. 그가 대선 출마를 고민하는 배경에는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고 했다. 그는 “여성이란 것과 상관없이 능력과 소신을 그대로 판단받아야 하고, 그런 롤모델이 있어야 딸들에게도 도전해볼 수 있는 희망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이성택 기자
최서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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