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 접목, 디지털 '등기부 등본' 역할
원본성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
투기 대상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와
지난 11일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에서 무려 6,930만 달러(약 784억 원)에 팔린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Days)'이란 작품을 두고 미술계를 넘어 정보기술(IT) 업계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이 화제가 된 이유는 단순히 높은 가격 때문이 아니다. 작품이 JPG 확장자를 가진 300메가바이트(Mb)가량의 디지털 그림 파일이었다는 점에서다.
현존하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복사 가능한 디지털 그림이 천문학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배경엔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란 블록체인 기술이 자리했다. NFT가 주목을 받자 이 기술이 적용된 수많은 무형의 디지털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방귀 소리가 예술 작품이라며 경매를 붙였고, 실제 50만 원에 팔리는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NFT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NFT를 두고 한쪽에선 희소성이 있는 '무엇인가'에 가치를 부여하는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다른 쪽에선 '아무런 가치가 없는 물건'에 그럴듯한 이유로 거래하는 거품이란 지적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NFT 시장 데이터를 집계하는 논펀지블닷컴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총 NFT 거래량은 4억 달러(약 4,500억 원)를 넘어선 가운데 이 중 절반가량은 지난 한 달 사이 거래됐다.
NFT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된 디지털 자산을 말한다. 작품의 생성시간, 소유자, 거래내역 등의 정보를 분산해 저장하는 방식으로 위변조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이에 인터넷상에서 무엇이 원본인지, 복사본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 NFT가 '사이버 등기부 등본'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사실 NFT는 최근 새로 나온 개념은 아니다. 2010년대 초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 시장이 열리게 된 당시에도 이 기술을 다른 자산과 접목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NFT가 주목을 받게 됐다.
예술계에선 NFT를 통해 디지털 작품의 재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작품의 희소성에 대한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술뿐 아니라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NFT를 접목하는 시도는 활발하다. 미국농구협회(NBA) 선수들의 디지털 카드를 거래하는 'NBA 톱 샷'에선 NFT가 접목된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의 덩크슛 장면이 20만8,000달러(약 2억3,500만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누구나 시청 가능한 영상이지만 원본 영상을 소유하고 싶은 팬들은 기꺼이 값을 지불한 것이다. 이젠 누구나 자신의 이미지, 비디오, 음악, 텍스트, 심지어 트윗 등에 NFT를 접목한 뒤 NFT 전문 거래소에 등록해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단지 희소성만을 이유로 웃돈 거래까지 이뤄지는 현상에 대해선 비정상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또 여러 가상화폐와 마찬가지로 NFT가 불법 금융 거래에 악용되거나 투기세력의 시세 조작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IT매체 매셔블은 "NFT는 소유할 필요가 없는 물건을 소유하려는 파괴적인 욕망의 결과"라고 비판했으며, 영국 로이터 통신도 "열풍이 가라앉으면 손실 위험이 크고 사기꾼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