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결정 하루 뒤인 27일 잇따라 사과문 내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퇴출당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박계옥 작가가 27일 "역사 속 큰 족적을 남기셨던 조선의 건국 영웅분들에 대한 충분한 존경심을 드러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타지물이라는 장르에 기대 안이한 판단을 한 점에 대해 크게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드라마를 연출한 신경수 PD를 비롯해 태종을 연기한 감우성 등 출연 배우들도 잇따라 사과문을 냈다.
박 작가는 드라마 홍보사를 통해 "사려 깊지 못한 글쓰기로 지난 며칠 동안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역사 왜곡은 추호도 의도한 적이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남긴 점 역시 뼈에 새기는 심정으로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조선구마사'는 판타지를 빌미로 태종을 환영을 보고 백성을 학살하는 캐릭터로, 훗날 세종이 될 충녕대군을 유약하게 그려 역사 왜곡 논란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식 공간과 소품이 배경으로 쓰이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실존 인물을 역사와 달리 그려내려면 창작적 명분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데다, 드라마에 중국색까지 묻어나 시청자의 공분을 산 것이다. 3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80% 촬영이 완료된 드라마가 싸늘한 여론에 사라지는 방송사 초유의 선례를 남기게 된 배경이다.
이에 대해 신 PD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역사 속 인물들의 실명을 쓰면서 인물의 스토리구성이나 표현에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며 "이에 책임감을 느끼고 깊이 반성한다"고 책임을 통감했다.
배우들도 잇따라 머리를 숙였다.
감우성은 이날 소속사인 WIP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려 "'조선구마사'가 역사의 실증을 바탕으로 한 역사드라마가 아닌 악령을 매개로 한 허구의 스토리라 하더라도 실존 인물을 통해 극을 이끌어 가야하는 배우로서 시청자분들께 역사왜곡으로 비춰질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대중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배우로서 보다 심도 있게 헤아리지 못해 실망감을 안겨드린 점 송구스럽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충녕대군을 연기한 장동윤은 "이번 작품이 이토록 문제가 될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며 "우매하고 안일했기 때문이다. 창작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만 작품을 바라봤다. 사회적으로 예리하게 바라봐야 할 부분을 간과했다. 큰 잘못이다"라고 소속사인 동이컴퍼니 SNS에 글을 올렸다.
양녕대군을 연기한 박성훈은 "창작과 왜곡의 경계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했다"고 자필 사과문을, 양녕대군의 첩 어리 역을 맡은 이유비는 "역사 왜곡 부분에 대해 무지했고 깊게 생각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는 글을 각각 SNS에 올렸다.
극 중 사당패 벼리 역을 맡았던 김동준은 "어떤 방식으로든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는 역사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같은 사당패에서 혜윰 역을 연기한 금새록도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선택하며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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