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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 온전히 세계에" 신춘호 어록으로 본 농심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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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 온전히 세계에" 신춘호 어록으로 본 농심의 철학

입력
2021.03.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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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간편식에서 주식의 반열에 올리고
짜장면 실패 후?‘모방 못 하게 차별화’ 전념
짜파게티·새우깡·안성탕면 브랜딩 성공
품절 대란 일으킨 옥수수깡 마지막 작품

농심 창업주인 율촌(栗村) 신춘호 회장이 27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농심은 "신 회장이 이날 오전 3시 38분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1965년 농심을 창업해 신라면과 짜파게티, 새우깡 등을 개발했다. 사진은 1980년 신 회장의 유럽 출장 당시 모습. 연합뉴스

농심 창업주인 율촌(栗村) 신춘호 회장이 27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농심은 "신 회장이 이날 오전 3시 38분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1965년 농심을 창업해 신라면과 짜파게티, 새우깡 등을 개발했다. 사진은 1980년 신 회장의 유럽 출장 당시 모습. 연합뉴스

간편식으로 여겨지던 라면을 국민 ‘주식’의 반열에 올리고 세계 1위 라면으로 만들기까지 농심의 창업주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의 철학은 튼튼한 토대가 됐다.

1965년 농심 창업 당시 고인은 무엇보다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는 데 전념했다. 평소 "다른 것은 몰라도 연구개발 역량에서 절대 뒤지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한 신 회장은 1971년 새우깡 개발 당시에도 “맨땅에서 시작하자니 우리 기술진이 힘들겠지만, 우리 손으로 개발한 기술은 고스란히 우리의 지적재산으로 남을 것이다”라며 연구개발 부서를 독려했다. 새우깡이 탄생하기까지 4.5톤 트럭으로 80여대 물량의 밀가루가 사용됐다.

라면시장에 진출할 때의 포부도 남달랐다. 신 회장은 라면 개발 당시 일본에서 간편식으로 취급되던 라면을 ‘값이 싸면서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충분한 대용식’으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 “스스로 서야 멀리 갈 수 있다”면서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라면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일화도 유명하다. 배고팠던 시절 주식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라면을 만든다면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으니 사업전망이 밝다는 계산도 깔렸다.

한국의 맛 온전히 세계에

농심이 라면을 처음 수출한 것은 창업 6년 만인 1971년이다. 현지화 전략을 펼칠 법도 하지만, 신 회장은 “얼큰한 맛을 순화시키지도 말고 포장디자인도 바꾸지 말자”며 농심 브랜드를 그대로 해외에 수출했다. 품질 면에서는 최고라는 자부심은 물론 한국의 맛을 온전히 세계에 전하겠다는 고집이었다.

그런 신 회장의 전략은 해외시장에서도 통했다. 농심은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불황에 빠진 지난해 해외매출만 사상 최대인 9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세계 100여개 국에 농심 라면이 수출되고 있다.

짜장면 실패 후 탄생한 짜파게티·새우깡

지금은 짜파게티가 남녀노소에게 사랑받지만 사실 농심의 짜장라면도 한 차례 실패를 맛봤다. 신 회장은 1970년 유명 조리장을 초빙해 요리법을 배우고 7개월 동안 개발을 거쳐 국내 최초 짜장라면인 ‘짜장면’을 출시했다. 짜장면은 출시 직후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짜장면의 모방제품이 낮은 품질로 급조된 탓에 소비자들은 이내 짜장라면 전체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농심의 짜장면도 사라지게 됐다. 그러자 신 회장은 “모방할 수 없는 브랜드로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하다”며 브랜딩에 집중했다.

농심 홈페이지 캡처

농심 홈페이지 캡처

그 결과 탄생한 게 짜파게티와 새우깡 등 농심의 역대 히트상품이다. 안성탕면은 유기그릇으로 유명한 지역명에 제사상에 오르는 ‘탕‘을 합성했고, 짜파게티는 짜장면과 스파게티를 조합했다. 새우깡은 어린 딸의 발음에서 영감을 얻어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 10월 출시돼 품절대란을 일으킨 옥수수깡도 신 회장의 마지막 작품이다.

신 회장은 별세 이틀 전인 25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않으면서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차기 회장에는 고인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지난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신 부회장은 1997년 농심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데 이어 2000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농심 경영을 맡아왔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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