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 페이퍼’까지 준비했지만 말실수를 피하진 못했다. 취임 64일 만에 기자회견을 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야기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못하는가 하면, 두서없는 발언을 늘어놓기도 했다. 질문할 기자의 순서를 미리 정해놓은 정황이 포착되는 등 취임 2개월 만에 이뤄진 바이든 대통령의 첫 공식 기자회견은 갖가지 뉴스를 쏟아냈다.
실수들의 시작은 한 기자가 질문한 이민 문제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관련 답변에서부터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중 이민 문제에 대해서만 답변하자 기자는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도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그제야 질문이 생각난 듯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여기서 실수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갓 상원에 들어왔던 120년 전에 존재했던 필리버스터에 관한 입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에 첫 등원한 1972년은 지금으로부터 49년 전이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농담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게 관련된 카드가 있다”라면서 연설대 위에 놓인 바인더를 뒤적거리더니 카드를 찾아 필리버스터 관련 통계를 읽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엉뚱한 발언을 했다. 필리버스터의 폐해를 설명하다가 “나는 상원에서 일이 이뤄지는 방식을 계산하는 데 서투른 적이 없다”라고 말하더니 “어떤 일을 성취하는 최선의 방안은, 만약 당신이 친밀함(near and dear)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상황과 동떨어진 발언을 한 것이다. 미 일간 뉴욕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이 뭘 하는 중이었는지 또 잊었다”라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준비해둔 ‘커닝 페이퍼’가 있는데도 말실수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관련 질문에 답하며 “미국이 인프라 면에서 세계 85위”라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인프라의 질 순위에서 미국이 13위에 그친 것을 잘못 말한 것으로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답변 도중 발언을 정정했지만 이 역시 도마에 올랐다.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인프라에서 세계 13위로 2002년 5위에서 하락했다’, ‘중국은 미국보다 인프라에 3배 더 지출한다’, ‘교량의 3분의 1 이상이 수리나 보전작업이 필요하다’ 등의 문장이 담긴 카드를 쥐고 있었는데도 나온 실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팩트체크 기사에서 “선진국(developed countries)이 85개가 되지도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질문을 할 기자들의 순서가 미리 정해져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기자 25명이 참석했고 62분간 10명이 질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단에 가져온 자료에는 기자들의 좌석표가 있었는데 기자 얼굴사진 옆에 질문 순서로 보이는 숫자가 쓰인 것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또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 기자가 질문자에서 빠진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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