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를 축복한 혐의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재판에 넘겨진 이동환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의 최종심 첫 공판이 한 차례 연기된 끝에 26일 열렸으나 또다시 파행했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 새롭게 배정된 재판부(재판위원회)의 위원장에게 재판을 맡기에 부적합한 제척 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위원회는 이날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새로운 재판위원장이 정해지면 새롭게 기일을 잡기로 했다. 재판이 열렸으나 본안은 다뤄보지도 못한 것이다.
당초 이달 2일 열릴 예정이었던 공판은 당시 재판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비공개 재판을 결정하면서 연기됐다. 이 목사 측이 공정한 재판을 이유로 재판에 참석할 수 있는 변호인을 늘리는 한편 언론의 참관을 허용해달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이 목사 측이 제기한 재판위원회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새롭게 재판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러나 마침내 열린 공판 역시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이 목사와 변호인단이 이날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구 기감 본부에 출석했으나 새 재판위원회가 또다시 비공개 재판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목사 측은 이날도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 언론의 취재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10여분의 논의 끝에 상소인, 피상소인 측 방청객만 각각 2명씩 더 재판을 참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어서 35분여간 재판이 진행됐으나 본안을 다루지 못하고 기일만 새롭게 잡기로 했다. 재판위원장 스스로 자신이 애초에 이 목사를 1심 재판에 넘겼던 기감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에 참여했던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재판장을 맡은 셈으로 교회법상 제척 사유다. 여기에 이 목사 측이 교회법을 묵인하면서까지 재판을 진행할 수는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또 재판이 연기됐다.
이 목사의 변론을 맡은 최정규 변호사는 “이 목사는 (1심에서) 정직 2년이라는 중징계를 당한 상황이고 시간이 갈수록 치유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총회(기감 본부)나 재판위원회에서는 재판위원장이 자격심사위에 들어갔던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왜 오늘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충분히 총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한 기일이 그냥 공전되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 어찌됐던 공정한 재판을 받는 것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동환 목사는 “재판이 계속 진행되면서 기간이 늘어날 때마다 마음이 많이 어렵다”면서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 목사는 “교회가 인권에 있어서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한국 교회는 오히려 사회 인권 발전에 발목을 가장 붙잡고 있는 집단이 돼 가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부디 이번 재판이 교회의 비루한 모습을 벗어내는 정의로운 판결, 하나님의 사랑에 의거한 판결을 내는 재판이 되기를, 그래서 무죄를 선고해주기를 기대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2019년 8월 인천 부평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꽃잎을 뿌리며 성소수자들을 축복했다. 교계에서 이 목사가 교단 헌법(교리와 장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벌였다는 비판이 일었고 결국 재판이 열리게 됐다. 교리와 장정은 ‘마약법을 위반하거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범과(犯過ㆍ잘못을 저지름)로 규정하고 있다. 2015년 해당 조항이 만들어진 이후 동성애 찬성 혐의로 열리는 재판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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