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홍석원 광주시향 지휘자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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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음악의 꽃'으로 불리는 교향곡(Symphony). 국내 최대 교향곡 축제가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립니다. 한국일보는 '한화와 함께하는 2021교향악축제'에 참가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들과 무대에서 연주될 교향곡을 '하루에 하나씩' 소개합니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은 '당국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소련 예술가의 창의적인 답변'으로 소개되곤 한다. 이 말뜻을 이해하려면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쇼스타코비치가 교향곡 5번을 작곡했던 1937년은 소련 최고지도자인 스탈린이 공포정치를 펼치며 정적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던 시절이었다. 당의 눈밖에 나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은, 소련에서 잘 나가는 작곡가였다. 하지만 1934년 발표한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스탈린의 심기를 거스르는 등 그의 음악은 '부르주아적'이라며 비판을 받았다.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은 쇼스타코비츠는 자신을 둘러싼 현실적 요구에 부응하려 교향곡 5번을 작곡한 것으로 전해진다. 작곡된 그 해 11월 소비에트 혁명 20주년 행사에서 므라빈스키의 지휘로 초연됐는데, 다행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으로부터 신뢰도 회복했다. 교향곡 5번은 오늘날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널리 연주되는 곡이다.
다음달 20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광주시립교향악단이 홍석원 지휘자와 이 곡을 연주한다. 홍 지휘자는 "스탈린 체제 아래에서 억압을 받으면서도 예술가의 자유를 표현하려고 애썼던 쇼스타코비치와,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희생한 광주의 혼에서 공통점을 느꼈다"며 선곡 배경을 밝혔다. 고난 극복 의지를 작품에 담았다는 점에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은 베토벤 교향곡 5번('운명')과도 닮았다. 홍 지휘자는 "지금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상의 자유를 되찾는 희망찬 미래를 노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곡의 시대적 배경 탓에 주제들은 기본적으로 비장함을 깔고 있다. 홍 지휘자는 "모든 악장이 매력적이지만 3악장에서 작곡가의 마음이 가장 솔직하게 표현된 느낌이 든다"며 "처절하고 격정적인 현악기의 선율과 외롭다 못해 고독의 극치를 느낄 수 있는 목관악기들의 솔로 연주, 시종일관 단조의 흐름 속에서 잠시나마 나타나는 희망(장조)이 특징"이라고 했다. 주목할만한 악기는 작은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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